신승남 검찰총장의 사퇴는 도의적 책임과 검찰 지휘 책임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동생 승환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마당에 더이상 신총장이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강변하며 버틸수 없게 됐고 인사권자인 김대중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신총장은 우선 승환씨가 신총장의 직위를 끌어들여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있따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을 면할수 없다.
신총장 자신이 로비를 받은 적도, 한적도 없다할지라도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점은 간과할수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대검 중수부가 기소하지 않은 승환씨에 대해 특검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는 검찰 수사의 오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작게는 대검 중수부에 수사 책임이 돌아가며 크게는 신총장의 지휘 책임이 발생한다.
신총장의 사퇴는 바로 검찰 수사의 잘못에 대한 지휘 책임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 차원의 판단도 작용했다. 청와대 등 여권은 지난해 말 야당이 탄핵안을 제출했을 때만해도 임기제 총장의 독립성, 검찰조직의 준사법성등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저지선을 설정했으나 이번에는 이를 거둬들였다.
임기제 총장의 중도하차가 가져올 검찰의 권위 추락과 조직의 동요, 여권의 정치적 상처등 후유증이 간단치 않지만, 버티기가 초래할 부담이 그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총장 문제가 오래갈 경우 민심이반 현상이 심화하고 이는 김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결정적 타격을 줄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나 역사관, 업적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신총장을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14일 연두회견도 신총장의 사퇴를 앞당겼다. 승환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여권 핵심부에서는 "신총장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면 연두회견 이전에 결론을 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런 의견은 곧바로 신총장에 전해졌으며 신총장은 14일 공식 회견을 갖고 사퇴하는 방안을 고민하다 13일 저녁 결심을 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사퇴 이후다. 검찰은 물론 여권 전체가 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김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밝히겠지만 각종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한 척결 외에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언이나 다짐에 그치지 않고 확실한 실천이 담보돼야만 검찰의 거듭나기와 여권의 신뢰회복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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