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 검찰 총장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은 동생 승환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검찰수장으로서의 수사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절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마당에 안팎의 퇴진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뿐더러 검찰권 확립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신 총장은 이미 12일 대검 간부들과의 대책회의에서 동생이 구속될 경우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장은 13일 승환씨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외부에서 전해들은 뒤 곧바로 시내모처에서 일부 대검 간부와 모여 사퇴 의사를 밝히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된 신 총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9월 G&G구조조정㈜ 이용호(44ㆍ구속)씨에 대한 수사지시가 퇴진의 계기가 됐다.
당시 신 총장은 이씨가검찰 총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다닌다는 사실을 접한 뒤 직접 중수부에 지시, 이씨를 공적자금 비리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이후 본보 보도를 통해이씨가 2000년 5월 긴급체포 되고도 불입건된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사건은 ‘이용호 게이트’로 급속도로 불거졌다.
결국 수사과정에서 승환씨가 이씨 회사계열사 사장으로 일한 것이 밝혀지면서 세간에 떠돌던 신 총장과 이씨 연루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신 총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동생이G&G구조조정㈜ 사장을 영입돼 일하면서 6,666만원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혀, 동생을 희생시키는 역공으로 야당의 정치공세를 모면했다.
대검은 이에 따라 승환씨에 대해 직접 수사에 나섰으나 “승환씨가 총장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 정ㆍ관계에 로비를 한 혐의는 없다”며 무혐의 결정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씨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자 특별검사제를 도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특검 할아비가 온다 해도 나오는 것이없을 것”이라며 태연자약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특검이 전격적으로 승환씨를 소환, 신씨가 받은 6,666만원의 성격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결과 소환 3일만에 “총장 동생 신분을 앞세운 정ㆍ관계 로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임명 이전부터 실세총장으로 꼽혔던 신 총장이 나래를 펼치기도 전에 꺾여버린 순간이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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