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1시30분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일요일 밤인데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전원 비상 소집된 대검청사에는 침통함이 가득했다.신 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인 오후 9시께 속속 대검 청사로 모여든 대검 부장(검사장)들은 총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이어 밤 10시 이후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긴급 소집돼 김각영(金珏泳) 차장 주재로 심야 긴급확대간부회의까지 열려 총장이 사의 표명이 임박했음이 감지됐다.
대검 청사로 들어온 간부들은 어느정도 사태의 전개 상황을 예상한 듯 얼굴 표정이 하나 같이 굳어 있었다.
대검의 심야 간부회의는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승환씨가 구속된 마당에 신 총장이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는 상황 인식이 주류를 이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은 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이 옷로비 사건으로 낙마한데이어 신 총장까지 동생의 비리 연루 혐의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게 돼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자탄의 소리도 새나왔다.
참석자들은 “검찰 총장이 비리를저지른 것도 아닌데 동생의 일로 밀려 나듯이 이렇게 사퇴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며 몹시 흥분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청와대등으로부터 “신 총장의 용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속속 전달되자 전체적인 분위기는 체념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일부는 특검이 승환씨에 대한 새로운 비리 사실을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과 관련 “정도를벗어났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가족문제로 총장까지 다쳐서는 안된다”고강조해온 대검의 한 검사장은 “내심 영장발부와 총장의 사퇴를 동일시하는 여론을 걱정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장이 법적 책임을지고 물러난 것 아니지 않느냐”며 “총장이 동생의 일로 인간적 고뇌를 하다 물러 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검 고위 간부들은 신 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달된 뒤 허탈한 표정속에 청사를 나서 곧장 신 총장 집으로 찾아가 신 총장을 위로하기도 했다.
신 총장은 한때 “동생 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날 경우 검찰 조직에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사의 표명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결국 대통령에 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 총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승환씨에 대한 미온적 처리등 각종 게이트의 대처방식과 관련, 수뇌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특검이 들어와도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말을 이제 누가 믿으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지난해 하반기이후 조직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는데 이제 조직의 사기마저 땅에 떨어지게 됐다”고 침울해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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