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미리 가본 월드컵 도시'(11일자 11면 보도)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인 진후아(金華)씨와 함께 4일 광주에 갔다.시청을 방문해 월드컵추진기획단에게 광주에 볼 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담양ㆍ화순군의 볼거리들, 목포 해양유물박물관, 다도해, 진도대교, 강진 다산초당 같은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는 관광지가 줄줄이 나열됐다.
정작 광주 시내의 망월동 묘지 소개는 없었다. 진씨는 광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망월동 묘지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빠뜨렸겠거니 하고 "왜 망월동은 소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답변이 뜻밖이었다. "사실 월드컵 분위기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같아 되도록이면 5ㆍ18묘지 홍보를 자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경기가 확정된 후 서귀포와 광주, 서울 그리고 인근의 지자체는 고궁, 탑, 사찰 같은 유적지들을 묶어 관광코스를 만들고 있다.
중국관련유적 개발에도 혈안이다. 하지만 급조된 코스의 교통은 불편하다. 또 중국인들은 무엇보다 그 왜소한 규모에 실망한다.
인근에 있다는 운주사는 반나절에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먼 거리에 있었고 광대한 역사유적을 보면서 성장한 중국인들에게 소쇄원과 식영정은 너무 초라해보였다.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식영정이 남다를 리 없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광주하면 망월동을 떠올린다. 민주화항쟁의 역사와 이미지를 외국 손님을 맞기 위해잠시 감추어 두어야 할 고통스런 기억으로만 여기는 광주시의 태도에선 씁쓸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곳을 성역화해온 것과 비교하면 이율배반적이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만나보고 싶은 것은 억지스런 관광코스가 아니라 광주의 진짜 모습이다.
박은형 여론독자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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