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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패홍수' 위험수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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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부패홍수' 위험수위 넘었다

입력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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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적 현상인가, 아니면 감출 수 없는 부패의 한 단면인가.그 어느 것이라도 이제 부패청산은 우리 시대의 첫 번째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치도, 경제도, 심지어 문화도 부패한 일상 속에서는 모두 3류가 될 수 밖에 없다.

부패가 만연한 국가는 설사 경제적으로는 세계적 부국이 되더라도 한낱 졸부국가에 불과하며, 언제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지 모른다.

아르헨티나 상황이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부패현상은 정치권력의 독점현상과 정치권력으로의 집중현상, 정치권력을 향해 질주하는 출세주의에서 비롯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지연과학연이라는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한다.

특히 한국사회의 신분의 척도가 되어버린 지연과 학연은 한국인의 의식을 마비시켜 버렸다.

지역정서라는 말로 포장하면서 협박하는 정치꾼들의 모습을 볼 때 과연 우리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동향사람끼리 챙겨주고, 학교 동문끼리 밀어주고 챙겨주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의리 있는 행동으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분위기는 우리가 얼마나 부패한 의식 속에서 살고있는가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정부의 고위직에 임명되면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자리에 대학 동문을 천거하고, 사정도 모르는 임명권자는 그대로 임명함으로써 인사 난맥상을 불러왔고, 부패한 인물들의 출세를 가능하게 하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자리도 주고받고, 돈도 주고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한국사회는 이미 특정 대학이나 특정 지역과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제 밥그릇도 찾아먹지 못하는 현실이된 지 오래다.

이러한 사실은 외국인도 알고 있을 정도다. 이틈에 '외부인'이 자리잡고 앉았다면 그는 분명히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이거나 아니면 구색 맞추기에 끼게 된 행운아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부패를 청산하고 투명한 사회를 국가적 과제로 선정해 실천하여야 한다.

먼저 정치시스템을 특정인과 특정지역의 독점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최근 민주당의 당 개혁 방안은 그런 점에서 성공여부가 주목된다.

그리고 부패한 관료나 정치인은 공직에서 완전히 퇴출돼야 한다. 이것은 공직자에 대한 차별대우의 문제점보다는 이 사회의 미래를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다음으로 학벌사회를 깨야 한다. 특정대학 출신으로 정부요직이 독점되는 것을 인위적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학교별 정원제를 두거나 동일 부서에 부서장과 동일 대학 출신을 배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능력이 우선이라는 말은 대부분은 기만이다. 설사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전문기술인력이 아닌 한 학교 동창관계의 폐단보다는 훨씬 작다.

일류대학 출신이 능력도 더 나을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고 오해다. 일류대학 출신에 의해 정부요직이 거의 독점되다시피 한 한국 사회가 과연 경쟁력 있고 투명한 사회라 하겠는가?

다양성을 가진 사회만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수많은 예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는 지역차별과 학교차별이라는 양대 장애물로 인하여 일그러져 있다.

지역차별은 민족분열을 걱정하게끔 되었고, 학력이 아니라 학교를 차별함으로 인하여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모든 국회의원을 정당 비례대표제로 선출하고, 하나회 해산처럼 공직자의 동창회나 향우회 활동금지까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박상기 연세대 교수 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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