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북미국제오토쇼는 자동차 업체의 생사를 판가름하는 장(場)이다.”10여년간 국제 모터쇼를 참관해 온 자동차 전문가가 전시장을 둘러보고 내던진한마디다. 그의 말처럼 7일 개막,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북미국제오토쇼(NAIAS)는 북미시장에서 빼앗긴 영토를 ‘되찾으려는 쪽(미국 빅3)’과 ‘더 빼앗으려는 쪽(유럽ㆍ일본 메이커)’의 시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와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등 일본업체들은 최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신차를 대거 선보이며 새해 벽두부터 기선잡기에 열을 올렸다. 또BMW, 벤츠 등 독일계를 중심으로 한 유럽차들도 올해 북미시장에 들여올 차량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다지고 있다.
지난 해 미국시장에서 승용차 및 경트럭(미국에서 SUV, 미니밴은 경트럭)의판매가 1,740만대에서 1,718만대로 줄어든 가운데 빅3의 판매량은 1,130만대로 50만대 이상 감소했고 점유율도 68.1%에서65.3%로 떨어졌다. 반면 일본업체는 도요타 7.5%, 혼다 4.2%, 미쓰비시 2.5%, 스즈키 6.3% 등 대부분 판매를 늘리며 시장을 더욱잠식했다.
GM은 이 같은 감소세를 만회하기 우리나라에도 하반기 들어 올 예정인 캐딜락CTS와 컨버터블 로드스터 및 화물트럭 기능을 겸비한 시보레 SSR, 가장 큰 SUV인 허머 H2, 사브의 첫 SUV인 9-3X 등을 내놨다. 지난 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포드도 독일과 일본 메이커들을 겨냥해 랜드로버의 레인지 로버와 볼보 XC90 등 야심작을, 크라이슬러는 승용차와 미니밴, SUV개념을 혼합한 퍼시피카를선보이며 실지(失地) 회복에 나섰다.
이에 맞서 일본 도요타는 SUV의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출시된RX300과 LX470의 중간급인 GX470을 출품했으며, 혼다는 SUV인 파일럿과 스포츠쿠페의 주행성능 및 SUV의 오프로드 성능을 혼합한RD-X를 내놨고 닛산ㆍ미쓰비시도 2~3종의 신차와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BMW는 자체 브랜드로 745Li와 760Li, 미니 브랜드로 소형 쿠페를 선보이며 북미시장을 더욱 파고들 기세다. 특히지난 해 북미시장에서 SUV X5가 2배 이상 신장한 것에 힘입어 미국내 현지 공장 라인을 대폭 확장,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지난 해 북미시장 수출 이후 사상 처음으로 50만대 판매를 돌파한현대ㆍ기아자동차 등 국내차는 컨셉트카는 물론 북미 시장에서 경쟁할 신차조차 선보이지 않았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올 해 북미시장에서 지난 해 보다10% 늘어난 62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3년형 티뷰론(국내명 투스카니) 외에 별다른 신차를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기아ㆍ대우자동차의부스는 지하층에 별도로 마련돼 언론공개 행사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들 부스를 둘러본 한 미국계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ㆍ기아차 그룹이 ‘샴페인’에취해 미국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치열한 경쟁)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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