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 테러 전쟁의 제2 전선으로 들썩이고 있다. 미국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정부와 연계, 알 카에다와 관련 가능성이있는 이슬람 무장 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현재까지 미국의 개입 정도는 군사 고문단 파견, 정보제공 등 정부군의 활동을 측면 지원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작전을 계기로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이 거론되고 인도네시아와의 군사 교류 문제가 논의되는 등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고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 내부에서 보복테러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새롭게 커지는 미국 입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소탕작전의 주 타깃은 남부 민다나오섬 서쪽 술루군도에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외치며 정부군과 맞서고 있는 아부 사야프다. 미국은 알 카에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 소탕을 위해 100명의 그린 베레를 포함해 최대 500명의 군사고문단을 필리핀에 파견할 방침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25명의 선발대는 10일 필리핀 남부사령부가 위치한 잠보앙가에 도착했다. 이들의 임무는 전투에 나설 필리핀 정부군을 훈련시키는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수부대 파병은1992년 필리핀에서 철수했던 미군의 복귀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이 21세기 군사전략의 중심을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환한 것과 맞물려 이번 군사 행동을 미군 재주둔의 신호탄으로 보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 많은 섬으로 이뤄진 데다 치안 공백지대가 많아 알 카에다 세력의 은신처로는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알 카에다 대원 수백 명이 지난해 중부 술라웨시의 한 테러 캠프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슬람방 어전선(IDF)과 라스카르 지하드라는 두 단체는 알 카에다로부터 자금과무기 등을 공급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미 정부는 이 테러 조직의 분쇄를 위해 동티모르 인권 침해를 이유로 중단했던 인도네시아와의 군사교류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의 테러 소탕작전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말해 군사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국내 반발도 거세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조심스럽게 동조하고있는 정부와는 달리 대다수 국민들은 미국의 대 테러전을 이슬람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12일 “호주가 인도네시아 테러 세력을 소탕하는 임무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한 대로 호주가 개입할 경우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당국이 지난달 자마흐 이슬라미아(이슬람 그룹) 소속 테러 용의자 13명을 검거한 것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견한 비디오테이프 분석 정보를 제공한 결과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2일 밝혔다.
고촉동 (吳作棟)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더 많은 알 카에다 연루 테러 용의자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며 “소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이날 지난 달부터 3일까지 말레이시아 밀리턴트 그룹(KMM) 세포조직원 1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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