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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판타지 열풍…현실 도피보다는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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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판타지 열풍…현실 도피보다는 극복을

입력
200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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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로 전세계가 환상의 세계에 빠져있다.환상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의 세계이다. 판타지는 사람들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순수의 세계를 느끼게 하고, 또한 신비로움과 재미를 가져다주지만,종종 현실세계로부터의 도피나 대리만족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현실의 삶이 어렵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공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해리포터’역시 작가인 조앤 롤링이 남편 없이 어린 딸을 키우며 생활보호 대상자로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음울하고 어두컴컴한 아파트에서 탄생됐다.

이렇게 환상의 세계가 있어 현실에서 초라하고 비참한 나 대신 행복하고 근사한 나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앞뒤면과 같이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치료방법 중의 하나로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두렵거나 외면하고 싶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여극복하는 치료법이다.

예를들어 높은 곳에 올라가면 공포를 느끼는 고소공포증 환자인 경우, 환자는 높이 올라가는 상황만 피한다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히 이런 상황을 피하고 살아갈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법으로 환자를 오히려 높은 곳에 올라가게 하는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공포를 직면하게 하는데,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 공포가 극복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세계무역센터테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 끝없는 민족 간의 갈등과 전쟁, 아르헨티나 경제 붕괴와 세계경기의 침체, 또 나라안에서는 정치인들의 권력 싸움, 부정부패와 연결된 각종 게이트 등 외면하고 싶고,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아마도이런 현실의 상황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불고있는 이 시대의 상징어가 된 판타지 열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판타지 속에서 현실은 일시적으로 외면되어질 수는 있지만,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은 현실을 떠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실을 직시하고, 피하고 싶은 현실은 오히려 부딪쳐나가야 하며, 상황을 통찰하고 분석해보는 능력이 있어야 더욱 발전적이고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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