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제나 줄기세포 연구, 인간 유전체 연구를 통한 신약 개발만이 생명공학의 전부는 아니다.농수산, 환경, 화학 등 전통산업 분야에 있어서 생명공학적 저변 확대는 이미 피해갈 수 없는 대세로 국내에서도 접목분야에 대한 지원과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세계 각국은 90년대 이후 미생물을 이용한 농약, 비타민강화 야채, 특정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감자, 고속 성장 연어 등 친환경ㆍ고생산성ㆍ신기능 농수산물 시장 선점을 위한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그린라운드 협상 체결로 세계 화학농약 사용량을 내년까지 20~30%, 2005년까지 50% 감소해야 하고 감소분을 지키지 않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는 수출 제재를 받게 됨에 따라, 각국의 생물 농약 개발경쟁은 더 없이 치열하다.
이미 캐나다는 화학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등 선진국은 1980년 대부터 생물 농약 개발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1조원에 이르는 국내 전체 농약시장에서 생물농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제 겨우 2%정도.
99년 배재대 바이오의약 연구센터 이기성 소장(에코바이오메드 사장)이 국내 최초로 고추탄저병, 벼도열병 등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죽일 수 있는 미생물 농약을 개발한 이후, 이제야 하나 둘 성과가 나오고 있다.
배재대 연구팀과 동부한농화학㈜이 2000년 배추무사마귀병을 예방할수 있는 미생물(KL1114) 코팅 종자를 개발했으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미생물을 캡슐에 싸서 약효지속기간을 기존 생물 농약보다 2~3배 늘린 ‘바이오 캡슐형 생물농약’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180여 종 800여 품목의 생물 농약이 개발된 시점에서 이제 막 시장 진입 단계인 국내 실정은 생물농약 분야뿐 아니라 환경, 수산, 화학산업 분야 등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개발 중이거나 손에 꼽을 정도의 적은 성과이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신기능성 유전자를 이용, 생산비를 80% 절감한 넙치 양식종을 선보인 것과, 생명연에서 무당거미의 내장에 있는 미생물을 이용해 가죽제품, 화장품, 일반화학약품에 쓰일 ‘프로테아제HY-3’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개발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환경용품 생산업체인 제일엔테크가 축산분뇨처리장, 하수처리장, 일반 산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제거용 바이오필터를 개발하는 등 바이오벤처들의 눈에 띄는 실적도 있었다.
이제 막 개발 움직임과 시장형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의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정부는 지난 해 4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전통산업 육성을 위한 생명공학접목 기술개발방안’(안)을 작성해 검토한 적이 있지만, 현황분석 외에 구체적인 지원책 등을 확정하지 않아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007년까지 정부에서 5조 1,600억원 가량을 생명공학연구에 투자하기로 돼있지만 올 해 예산 지원분야별 집행액은 2월 중확정될 예정이어서 생명공학접목 분야에 얼마나 투입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7개지원 분야 중 바이오 융합기술 분야는 생물정보, 의료정보시스템 등 5개 분야지만 전통산업과의 접목분야는 신생물화학기술 하나 뿐이다.
환경친화적 상품을 선호하는 선진국에 비해 국내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생명공학 기술의 전통시장 편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복성해 원장은 “생명공학의 순수원천기술은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지만 접목기술은 4~5년이면 개발과 산업화가 가능하다”며 “이제는 식품, 에너지, 일반 화학산업 등 각 분야에서 생명공학기술이 접목된 환경 친화적 제품이나 독특한 의약제품이 아니면 세계 시장 장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