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길이 자연에 닿을수록 야생의 삶은 흐트러진다.EBS 환경다큐 ‘하나뿐인 지구’에서 14일 방송할 ‘내가 알고 있는 야생동물 이야기’는 야생동물화가 최현명(39)씨의 입을 빌어 우리 땅에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야생동물의 생태와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확히 2년 전인 2000년 1월 ‘여우아 여우아 뭐하니’편에서 야생동물을 다루었으나, 겉핥기에 그쳤다고 생각하던 김현주 PD와 한정임 작가가 재도전했다.
최현명씨는 지난 해 여름, 복원을 위해 중국서 들여온 늑대로부터 태어난 새끼 한 마리를 석 달간 집에서 기르고 관찰하며 ‘늑대육아일기’를 써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는 호랑이,표범, 스라소니, 삵 등 야생동물을 세밀화로 스케치북에 담고 있다.
그저 생김새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오줌을 누고, 먹이인 사슴을 발견하고서 잡으러 뛰어가고,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나무를 갉고,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는 등 그들의 생태를 생생하게 담는다.
야생동물 복원에 필요한 기초자료이기도 하다. 최씨의 야생동물 세밀화가 TV를 통해서처음 공개한다.
한정임 작가는 “남아있는 야생동물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화면으로 야생동물의 생태까지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최씨의 세밀화에는 우리 땅에서 살았거나 남아있을 야생동물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야생동물에 대해 대중이 갖고있는 오해도 풀어준다.
최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땅에서 살았을 야생동물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으면서, 서양동화에 의존해 편견을 갖는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양치기소년’ 우화는 한반도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
우리 땅에 사는 늑대는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기 때문에 마을을 습격하지도 않고,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굶고 있는 늙은 늑대가 있으면 뱃속의 음식물까지 꺼내 봉양한다는 사실은 새롭기까지 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장수프로그램이기도 한 ‘하나뿐인 지구’.
그것을 통해 제작진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잠자리 때문에 인간은 더욱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머리와 가슴으로 깨닫게 하고 싶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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