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최진철(31ㆍ전북 현대)에게 뜻하지 않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표팀에 선발됐으니 합류하라’는 대한축구협회관계자의 통보였다. 모든 운동선수의 꿈인 국가대표팀의 부름이었지만 최진철은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부상선수 속출에 따른 ‘땜질용’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쁨보다 김호 사단과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을 잠시 스치고 지나갔던 과거가 떠올랐다. 가족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때처럼 실망할까 오히려 걱정이앞섰다.
그러나 최진철은 요즘 ‘제2의 축구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더이상 대타인생은 없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해 9월까지 그는 대역이었지만 10월부터는 히딩크 사단의 엄연한 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홍명보가 빠진 한국팀 수비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국내 프로무대에서 꾸준히 다져온 노련미와 위기대처 능력, 유럽세에도 밀리지않는 탄탄한 기본체격(187㎝)이 강점. 3백으로 주 수비 포메이션을 전환한 대표팀의 왼쪽 자리는 이제 그의 차지가 됐다.
히딩크 사단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으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대표 30여명 중 가장 부지런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표팀 선발이 목표의 종착역이 아니라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진철은 자신의 약점인 점프력과 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구슬땀을 흘렸다. 히딩크 감독이 과제로 내준 하체근력을 키우는 파워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철저히 소화했다.
그래서 대표팀의 합숙훈련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다. “조직력이 아직 미흡하고 미드필더와의 협력수비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나를 인정해준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한다. 올해를 내 축구 인생 최고의 한 해로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최진철. 그의 다짐에는 평탄한 길을 걸어온 엘리트 선수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민들레같은 끈질긴 생명력이 넘쳐 보인다.
■ 전문가 조언(조윤환 전북 현대 감독)=최진철은 책임감이 강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다. 자기에게 볼이 왔을 때 실수없이 적재적소로 연결해주는 능력도 갖췄다. 헤딩력도 좋아 세트플레이 때 활용 폭이 넓다.
그러나 힘을 더 길러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다면 기본적인 체격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대표팀의 주 수비수 역할을 다해낼 것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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