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중국진출 전략이 저가품의 생산기지에서 본격적인 현지화를 위한 핵심역량 이전으로 바뀌고있다.그동안 중국을 저임금을 이용하기 위한 단순 생산기지나 국내 제품을 내다파는 시장으로 활용하던 것에서탈피, 연구개발(R&D) 기능이나 기술ㆍ디자인 센터ㆍ마케팅 본부 등 기업의 핵심부문까지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의 이 같은 핵심역량 현지화는 미래 성장 시장에 대한 기업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생산설비에 이어 핵심 기능 이전에 따른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을 직접 고객으로 대한다는 전략에 따라 생산기지 뿐 아니라 전자제품연구소와 디자인센터, 판매법인도 잇따라 설립하고 있다.
2000년 말 베이징에 통신연구소를 설립, 휴대폰 등 차세대 이동통신부문 연구를 시작한데이어 올해 텐진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지난 해 초 상하이에 ‘상하이 삼성반도체유한공사(SSS)라는 반도체 및 TFT-LCD 판매법인을 설립, 중국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현지에서 설계해 현지에서 생산ㆍ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지난 해 70억 달러 수준이던 전자제품의 중국매출을 2003년 10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LG는 구본무(具本茂)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중국을 단지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함께 발전해 나갈 동반자로 인식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앞으로 ‘현지 연구개발ㆍ생산ㆍ공급’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LG전자는 중국 선양의 디지털 PDP TV생산시설을 토대로 디지털제품과 정보통신 부문의 현지 R&D 및 디자인 기능을 강화키로 하고 산둥성에 ‘랑차오 LG디지털 모바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의 CDMA생산 허가에 따라 텐진 인근에 대규모 현지생산 공장과 전자부문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의 독자기술표준 개발 움직임에 맞춰 현지인의 구미에 맞는 ‘중국형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는 ‘중국기업 SK’전략에 맞춰 핵심역량 중국이전에 가장 적극적이다. SK㈜는 올해 안에 최태원(崔泰源) 회장이 발전 자문위원으로 있는 상하이시 푸둥지역에 신약개발연구소를 설립, 미국과 대덕의 신약개발연구센터와 연계해 동ㆍ서양 생명공학 연구센터로 발전시킬 게획이다.
또 중국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SK의 아스팔트 판매량 확대를 위해 중국 산둥성에 아스팔트 마케팅회사를 설립하고, 합성수지 제품 판매를 위한별도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SK㈜ 서재윤 중국사업개발팀장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기술도 상당하고 중국의 선두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에 적극적인 만큼, 중국 내 연구개발 기능 강화를 통한 ‘기술의 현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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