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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집값 잡으려면 학교를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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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집값 잡으려면 학교를 살려야

입력
200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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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사설학원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이것은 학교가 아니라 사설학원이 강남의 집값을 좌우하고 있다는 세간의 소문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학교가 사설학원에 비해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강남의 집값 상승보다 현재의 교육문제를 더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만 믿고 공부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 학부모들은 지금 과외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까지 가는 학부모를 보면서 초조해 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교육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이미 위험 수위를 한참 지나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을 저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녀의 과외비때문에 주부가 파출부로 일한다는 얘기는 이미 옛날 얘기고, 아직 철도 들지 않은 어린 자녀를 유학보내기 위해 남편과 부인이 이산가족이 되거나, 아예 외국으로 교육 이민까지 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부유층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교육문제 때문에 집값이 폭등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소득분배 구조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현행 교육제도에서는 명문 사설학원에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는 희한한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교평준화가 확산되고, 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보다 명문 사설학원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교육문제의 현실을 인정한 점에서는 평가할 만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피해 있다.

강남 등 특정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통합과 건전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원인이 교육제도의 문제점에 있는데도 입시학원에 탓을 돌리는데 대해 동의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교육문제는 더 이상 교육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정책당사자들은 교육문제가 국민들의 생활방식을 규정하고, 재산상의 문제에까지 직결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폭 넓은 시각으로 교육문제에 접근해야 할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문제는 교육논리만으로 풀어야 한다.

경쟁은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전인교육을 시키려면 전과목을 다 배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교육열을 탓하거나, 교육제도를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현상에 집착해서 문제를 막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그 원인을 파악해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당국은 사설학원이 학교를 대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설학원을 누르기 보다는 죽어가는 학교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는 놀거나 자고, 학원에 가서공부하는 기이한 현상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학원은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면 도태되는데, 학교는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 그저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학교가 활력을 되찾고 학원 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여야하지만, 학교의 학생 선발 방법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축소돼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통제를 하면 할수록 부작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과외를 시킬 수 있는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져, 교육부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은 입학시험의 요령을 가르치는데 능한학원 교육에 더 의존하게 됨에 따라 대학 교육을 따라가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김태기 단국대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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