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채봉(1946~2001)의 추모 1주기를 맞아 추모집 ‘엄마 품으로 돌아간 동심’(샘터 발행, 8,000원)이 나왔다.정채봉의 딸인 동화작가 정리태(24)가 엮은 것이다.
추모집에서는 정리태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미발표 유작 동화 두 편을 만날 수 있다.
향기가 백 리까지 간다면서 으스대던 백리향나무는 “우리 꽃 향기는 천 리 만 리까지 퍼진다”는칡덩쿨 얘기에 발끈한다.
산새를 보내 확인해 봤더니 백 리 밖부터는 칡 향기만 있단다.
“백리향나무는 저 혼자만 향기를 보내고 칡꽃 향기는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다.
‘여럿이 돕는 것이 잘 사는 삶’이라고 전하는 동화 ‘친구와 함께면 만리도 간다’와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도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연어 이야기인 ‘조용한 아침나라로 돌아오다’가 소개됐다.
‘오세암’과 ‘물에서 나온 새’ 등 정채봉의 대표작 4편도 함께 실렸다.
“리태는 우리집의 평화와 축복과 함께 왔었다. 지금 리태가 공부가 좀 떨어져 있는것은 하고자 하는 욕심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태는 해낼 수 있으리라고 아빠는 믿는다. 왜냐하면 넌 우리 집의 축복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따뜻한 말로 북돋아준다. 아버지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그리움과 사랑을 이제야 글로 적는다.
“나는 지하철 4호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4호선 혜화역에서 전철을 타고 수유역에 내리면 아빠가 자꾸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딸은 아버지의 동화를 모으고, 삶에 대한 사랑과 의지를 담은 아버지의 글을 모은다. 자신의 동화와 수필도 싣는다.
정채봉의 어린 시절과 젊었을 적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생전의 정채봉을 다시 만나게 된다.
고인을 기리면서 쓴 수필가 피천득씨와 법정 스님의 글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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