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요즘 표정이 매우 어둡다. 뒷모습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민정수석을 지낸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의 구속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이 윤태식(尹泰植) 씨 사건에 연루돼 물러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말 박지원(朴智元) 전 정책기획수석이 민주당 쇄신파의 요구에 사퇴하는 등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현실에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연초에만 해도 김 대통령의 의욕은 대단했다. 2일 수석비서관들과의 신년인사에서 “금년엔 정말 잘 해보겠다. 여러분도 열심히 해달라”는 다짐과 당부도 했었다.
월드컵 분위기를 북돋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그러나 느닷없이 불거진 박 전 처장의 낙마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이 의욕을 접지는 않은 것 같다. 김 대통령이 8일 박 전 처장이 참석했던 국무회의에서 일부공직자의 벤처 비리 연루를 강하게 질책하면서 철저한 척결을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측근이라 할지라도 비리나 의혹에 연루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며,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대통령의 강도 높은 언급이 있고 난 바로 다음날 박 전 처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수심이 깊지만 그렇다고 머뭇거리지는 않을 것”이라며“이보다 더한 난관도 딛고 일어서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14일 연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의 뜻을 밝히고 부패척결의 의지를 더욱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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