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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보유외환 탄력적 투자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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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보유외환 탄력적 투자운용

입력
2002.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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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가 지난해 12월말 현재 1,028억여원에 이르면서 외환보유고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있다.한국은행 등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하고 국내경기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 일각에서는 "필요이상으로 많은 외환보유고는 환율에 부담을 주므로 외환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윤창현9명지대 경영무역학부교수)

1997년 경제위기의 본질이 외화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는 1,000억불이 넘는 외환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괄목할 외환보유고의 증대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그동안 축적한 경상수지흑자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중에는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발행한 4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자금도 포함되어 있다.

외평채 조달금리는 약 9%정도였는데 이 자금도 외환보유고에 포함되어 운용되고 있다. 최근 달러금리가2∼3%근처에서 머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고의 존재이유는 역시 언제든지 현금화 시킬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금은 동시에 수익성도 달성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획득한 귀중한 대외자산의 일부가중앙은행으로 집결되어 운용되는 이상 적정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이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인 추세가 외환보유고의 운용에 있어서 수익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의 정부투자청(GIC)이다. 이 조직은 국가가 보유한 대외자산을 열심히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외환위기이후 우리나라에까지 들어와서 서울 도심 한복판의 서울파이낸스빌딩을 매입했는가 하면 대표적인 주류회사인 하이트맥주 주식을 취득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대외자산에는 외환보유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1년 10월말 기준으로 우리의 총대외자산 규모는 1,630억2,800만 달러, 총대외부채 규모는 1,207억4,500만 달러이다.

최근 민간기업의 해외자산매입이 늘어나고 있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해외자산매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외환위기를 당할경우 1차적인 방어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담당해야 하지만 2차,3차의 방어벽은 공공부문과 기업부문까지 포함한 대외자산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색채를 전제로 따로 운용되기 보다는 국가전체의 자산 및 부채규모를 모두 고려, 보다넓은 안목을 가지고 운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외자산부채관리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대외자산과 부채실태를 상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연기금을 포함한 공공부문 및 민간부분의 해외자금운용이나 조달에 대해서 감독과 자문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외환보유고는 이 위원회가 관리하는 대외자산의 중요한 항목으로서 국내전체의 자산 및부채의 형태나 만기를 고려하여 그 운용전략이 결정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및 부채에 대한 포괄적인 자산부채통합관리(ALM)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외환보유고의 운용도 계속해서 바뀌는 경제환경에 적응하여 보다 유연성 있게 이루어질 때가 온 것이다.

▶반대-김정식(연세대 경제학과교수)

최근 엔화는 평가절하되는 데 비해 주식투자자금으로 유입된 외환으로 원화가 고평가되자 외환당국은 외환을 매입하여 이를 막으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외환보유고를 수익성이 있는곳에 운용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외환보유고를 수익을 위해 운용할 시기가 아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경제는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경기의 회복이 늦추어지면서 우리경제의 회복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의 경기회복은 내수부양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금년 경기부양이 일시적이 될 가능성이있다.

그리고 우리기업의 구조조정도 아직 완료되지 않아 경쟁력이 낮은 상황에 있으며 비록 영업을 유지하는 기업도 수익률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금년 경기가 적극적으로 부양될 경우 내년도 경상수지는 불안해 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경제의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고의 운용보다는 보유고를 충분히 유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두 번째, 일본경기 침체로 최근 큰폭으로 절하되고 있는 엔화는 아시아권 통화를 동반 평가절하시켜 또 다른 통화불안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1997년 외환위기시에도 엔화가 평가절하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급격한 엔화의 평가절하 추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비록 외환시장개입을 하더라도 평가절하에 따른국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엔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추세 때문에 원화의 고평가를 완전히 해소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사태에서 보는것처럼 통화가치의 고평가는 수출에 지장을 줄뿐 만 아니라 외국인 환투기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시점에서 비록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더라도이를 다른 곳에 운용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세 번째, 우리는 아직도1,200억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으며 여기에 최근 늘어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으로 우리경제는 단기 자본이동에 매우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때에 만약 내수로 부양된 금년도 경기가 내년이후 갑작스럽게 침체하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유출될 것이므로 이를 대비하려면 외환보유고의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최근 외국증권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경기, 주가, 환율이 모두 급등락 하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경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위험도가 높은 상태에 있는 한 우리는 또 다른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하여 외환보유고를 수익성이 있는다른 용도에 운용하기보다는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외환보유고 운용수익에 비하여 외환위기의 비용이 너무나 커서 조그만 위기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유외환 운용현황

▼외환보유액 현황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1,028억2,100만달러. 1999년 말 740억5,500만달러, 2000년말 961억 9,800만달러로 계속 증가해왔다.

이는 일본(4,039억달러) 중국(1,958억달러) 대만(1,212억달러) 홍콩(1,123억달러)에 이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액수.

독일(864억달러), 싱가포르(761억달러), 미국(692억달러), 프랑스(611억달러), 스위스(540억달러)가 그 다음이다.

▼외환보유액 운용주체

재정경제부에서 관리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자금을 제외하면 한국은행에서 전적으로 운용한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IMF 사태이후 외환시장의 수급조절을 위해 발행한 채권으로 40억달러 정도. 재정경제부가 외환보유액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정부투자청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다 한국은행의 반발로 무산된 것이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운용내역

2001년 12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98억여달러를 예치금으로 두고 있으며, 926억여달러를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IMF 포지션(IMF가맹국이 출자금 납입으로 얻은 IMF로부터의 교환성 통화 인출권리), 금, SDR(IMF로부터의 특별인출권)을 합쳐 3억여달러 정도 된다.

유가증권 투자는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재무성채권(TB), 일본 및 유럽연합 국채 등 AAA+급의 최우량 채권에 투자되며 상당 부분은 유동성 확보가 쉬운 단기 채권에 할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 환투기를 우려, 정확한 투자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재무성 채권의 금리는 2년 만기의 경우 3% 정도.

9%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생긴 자금으로 3%의 채권에 투자, 오히려 역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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