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 표지의 김장훈(33)은 천신만고를 겪은 듯, 초췌하고 허탈해 보인다.지난 앨범에서의 선홍색의 눈부신 헤어스타일과 비교하면 그 명암은 더욱 두드러진다.
노래도 더욱 슬프고 애절해졌다. 하지만 기분은 그 반대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슬프게 들어 줘서 행복하다”고 했다.
_타이틀곡 ‘미안해’와‘사랑아’ 등 전반적으로 20대 여성 취향의 눈물 나는 김장훈표 발라드가 주류다. 앨범이 만족스러운가.
“지난 앨범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들으면서 내가 슬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여자를 만나 울고 웃고 하는 연애경험이 없어서 일까(웃음). 이번에는 ‘슬프게 들리도록’ 기능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전처럼 매끈하게 들리기 위해 중간중간을 잘라 이어붙이지 않고 단 한번에 노래를 불렀다. 물론 목소리의 단점은 드러난다. 그게 인간이 아닐까.”
-왜 그토록 슬픔에 집착하는가. 평소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과는 퍽 다른데.
“태어나서 사는 게 슬프지 않나. 기분 좋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이 턱 막히면서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웃긴다고 음악이나 인생이 진지하지 않다고들 생각하는데 사실 난 너무 진지하다 못해 처절하다. 노래는 그 외로움과 분노의 표출이다. 마이크 잡는 동안은 결혼을 안 할 생각도 있다. 행복해지면 슬픈 노래를 못 부르니까.”
-사실 토크쇼나 오락프로그램에서 입심을 발휘하고, 콘서트에서 줄타기나 발차기같은 이벤트를 하는 김장훈을 보고 당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는 B급 가수다. 뮤지션도, 엔터테이너도 아닌 그야말로 ‘광대’다. 그저 대중이 내 노래를 즐겨 듣고 공연에 많이 와 주면 된다. 사실 내 공연은 기쁨과 슬픔, 절망 모두를 담고 있다. 진지한 얘기도 많이 한다. TV 연예정보프로그램 같은 데서 재미있는 이벤트만 편집해서 나온 걸 보면 단순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언더그라운드 시절, 겉과 속이 모두 진지했던 김장훈을 회상하며 아쉬워하는 동료가수들도 있다.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없나.
“그땐 무조건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그냥 내가 좋은 것만 했으니까. 상업적 변신은 인정한다. 돈도 벌고 싶었다. 하지만 큰 욕심은 없다. 그저 열심히 사는 하루하루가 몇만 번 쌓이면 인생 끝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광대의 허무주의보다는 기획가의 주도면밀함이 짙게 풍긴다.
“누구든 보기면 하면 공연 구상을 이야기해서 날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해 전국 투어는 보조석까지 찼는데 1억원의 적자가 났다. 하지만 돈이랑은 상관 없다. 공연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자 낭만이다. 올해 활동 끝내고 한두해 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다. 더 이상 퍼낼 것도 없는 재탕이 되는 게 두렵다. 전문무대연출가가 되어서 강의도 하고, 실전에도 써보고 싶다. 내 공연도 그렇게 좋아하는데 젊고 멋진 아이돌 스타의 공연을 그만큼 신경써서 기획한다면 정말 근사할 것 같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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