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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라이프 / 프로게이머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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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라이프 / 프로게이머 이지훈

입력
200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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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이들은 이제 고소득 인기 직업인이다. 이들은 사이버 세상의 영웅에만 머무르지않는다. 대회에 우승하면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대학에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들어간다. 연예인처럼 CF에도 출연하고 자서전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된다.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시각이 찬사일색은 아니다. 프로게이머는 낮과 밤이 바뀐 채로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중독증 환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요즘 뜨고 있는 KTF 프로게이머구단 매직앤에스(magic*s) 소속 프로게이머이지훈(22ㆍ인하대 체육교육과 2년 휴학)씨를 만나 봤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D아파트. 매직앤에스 합숙소인 이 아파트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여기 저기 널린 컴퓨터 부품 조각과 운동 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둠이 깔린 바깥과 달리 대낮처럼 환한 거실에 구단 소속 프로게이머 5명이 PC 모니터앞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이 곳에는 모두 프로게이머 10명이 정수영 감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지훈씨는 중앙에 놓인 PC에앉아 자신의 전공인 FIFA2000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FIFA2000은 실제 축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가상 공간에서 게이머 두 사람이 실력을 겨루는 사이버 축구게임. 게이머가 팀의 선수, 코치, 감독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면서 골을 많이 넣으면 이긴다.

이씨는 세계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챌린지(WCGC)에서 지난해까지 2연승했고 93.5%의 승률을 자랑한다. 고수답게 빠른 손놀림으로 스틱바를 움직이고 있지만 긴장된 표정이다. “지방의 어느 유저(user)와실력을 겨루고 있는데 만만치 않네요. 요즘은 게임 실력이 상향 평준화해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게임은 어느 때나 할 수 있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접속하는 자정 무렵이 황금 시간대. 그는 합숙소에서정한 규칙에 따라 오전 8시에 기상해 오전ㆍ오후 1회씩 공식 게임 연습을 했고 저녁 9시부터 개별 훈련에 몰입하고 있는 중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의 밤생활은 단순하다. PC모니터 앞에 일단앉으면 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그대로 있게 된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별다른 불만이 없다.

꼼짝 않고 스틱바를 움직이던 이씨가 드디어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자리에 앉아 연속 세 게임을 치른 것이다.

이씨는 거실 중앙으로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슬라이드 운동기구를 앞뒤로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손을 과격하게 사용하는 운동은 게임 감각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삼가고 있습니다.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넘어져도 손을 내밀지 않고 그냥 부딪쳐요.”

그렇지만 이씨가 운동하는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았다. 그가 다시 PC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자 험악한 인물형상이 그려진 스타크래프트 초기화면이 나왔다.

이씨는 전공인 FIFA2000 게임을 하다가 지치면 스타크래프트나 블리자드를 하면서 머리를 ‘식힌다’.게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다시 게임을 하는 것이 프로게이머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은 자기 전공 외에 다른 게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다.

대회가 있기 전 날에는 아예 눈을 붙이지 않고 게임으로 밤을 지새기도 한다. “눈을 붙이면 아예 일어나지 못하게되고 머리가 오히려 무거워집니다. 잠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대회장에서 졸음이 쏟아져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요.”

새벽까지 뜬눈으로 보내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씨는 고교(신일고) 시절에 아마추어 축구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건강한 체력을 가졌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고 나서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얼마 전 실제로 축구를 한 적이있는데 5분이 지나지 않아 숨이 차서 그만뒀습니다.”

그럼에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서지만 대가가 주어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씨가 지난 한 해 프로게이머로 활동해 벌어들인 소득은 1억 원 남짓.

구단으로 받은 수천만원 대의 연봉과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합친 금액이다.지난해에는 KTF 광고 모델로도 출연했다. 그렇지만 이씨 같은 억대 연봉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

“생활방식이 일반 젊은이와 조금 다르지만 프로게이머는 별종은 아니예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런 생활을 평생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올해의 성적을 봐서 복학한 후 장래 꿈인 체육교사가 될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새벽 3시 일정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이씨는 상대 유저에게 작별을 고하고 옆방의 복층 침대에 올라갔다.

이지훈씨는“프로게이머는 심야에 활동해 힘들지만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산다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홍인기기자

이민주기자

mjlee@hk.co.kr

■프로게이머 궁금한 것들

2000년 8월 12일은 프로게이머들에게 뜻깊은 날이다. 문화관광부가 프로게이머등록제를 승인함으로써 프로게이머가 취미가 아니라 국가가 인정하는 직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문화관광부의 프로게이머 명부에 등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등록하려면 유명 게임대회에서 입상하고 프로게이머 등록위원회에서 정한 소양교육을 받아야 한다.프로게이머로 등록하면 각종 세금 혜택과 계약관계 개선 등이 이뤄지고 게임해설자 등 관련 직종으로의 진출이 용이하다.

프로게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력, 나이 제한은 없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국제챔피언게임리그(WCGL) 등이 있다. 우수한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당연히 게임을 잘 해야 한다.

수시간씩 계속되는 게임을 견디는 체력이 있어야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니만큼 컴퓨터 조작에 능숙해야 한다. 빠른 두뇌 회전에 의한 전략 구사와 마우스 놀림, 재빠른 키보드와 상황판단, 맹렬한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게이머는 대개 프로게임구단에 소속돼 활동한다. 한 때 60여 개를 넘었던 프로게임구단은 인터넷 열풍이 식으면서 현재 10여 곳이 남아있으며 300여 명의 프로게이머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 100대 프로게이머 중에 국내프로게이머가 70%를 차지할 만큼 우리 나라는 프로게임 강국이다.

구단에 소속된 프로게이머 연봉은 1,200만~3,000만 원이며 유명 프로게이머는대졸자 초임보다 많다. 웬만한 게임대회에는 수천만 원의 상금이 걸려있고 프로게이머와 구단이 상금을 계약에 따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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