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0년 전 항일독립운동의 열정을 재 결집하고, 중심을 재건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일본의 중심 도쿄, 도쿄의 중심 황궁 앞에서 신성불가침의 상징인 일본 왕의 목숨을 노린 이봉창(李奉昌) 의사의 쾌거였다.이 의사의 쾌거 3개월뒤 윤봉길(尹奉吉) 의사는 상하이 홍코우(虹口)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天章節) 행사에서 거사를 성공했다.
양대 거사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은 공고히 확립되었다.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를 전 세계를 향해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 이 의사의 일왕 저격이었다.
따라서 이 의사의 의거는 19세기 말 이후의 많은 아시아 항일민족주의운동 가운데서도 가장 우뚝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7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이 의사에게 무엇을 고할수 있을까.
아직도 민족의 통합은 멀고, 공동체는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OECD 회원국이 되고, 대학생 비율과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이 세계1위이고, GNP와 무역규모가 10위 전후이고, 예술·스포츠에서 세계적 인물이 배출돼 마치 근대화가 완성된 듯 하다.
산에는 나무가 울창하고, 도시는 빌딩이 숲을 이루고, 전국은 1일 생활권으로 좁혀졌다.
도시마다, 직장마다, 학교마다 선거가 넘치는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근본과 기초, 원칙이 처절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다.
원조교제가 판을 치는 패륜의 나라가 됐다. 이혼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선진국이 됐다는데 국민의 70%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하고, 인구대비 세계최고의 비율을 가진 대학생들은 제 땅에서 다시 태어나기 싫다고 한다.
세계에서 어른과 선생을 가장 존경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고, 고등학생의 64%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90%의 청소년이 이 나라가 부패했고, 부패에 주저 없이 참여하겠다는 도착된 나라가 됐다. 지도자들의 거짓과 부패는 극에 달해 조직폭력배가 영웅시 되는 세상이 됐다.
이 의사가 32살의 짧은 생애에서 우리에게 비추었던 횃불, 살신성인. '한 몸의 쾌락'이 아니라 '민족의 쾌락'을 택했던 죽음.
가난과 고통을 이겨낸 인내. 상하이 동포들에게 베풀었던 관용과 나눔. 죽음을 향해 상하이를 떠나던 날 밤.
오히려 백범(白凡) 김 구(金 九) 선생의 비감함을 위로하고 기쁜 얼굴로 사진을 찍자고 하던 대범함.
오늘 우리는 이 의사의 살신성인, 헌신, 관용과 나눔, 대범함을 실천한 지도자를 목말라 하고 있다. 이 의사님. 지하에서 다시 일어나이 부끄러운 후손들에게 새로 횃불을 당겨주소서. 정의, 독립, 인격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소서.
아무리 학문이 높아도 인격이 도야되지 않으면 사람이아니고, 풍요가 넘쳐도 나눔이 없으면 동물원이고, 재주가 뛰어나도 공동선 즉 홍익(弘益)에 반하면 불신·배신의 사회를 만들고 계율·법률보다 도덕률이 높아야 하는 진실을 다시 일깨워 주소서.
진정한 힘은 폭력과 권력과 금력이 아니라 이 의사가 생전에 몸으로 보여준 것과 같이 정의를 지키는 도덕적 우월성이며, 이타(利他)와 희생의 아름다움이며, 약한 자를 돕는 나눔의 착함이라는 진실도 다시 일깨워 주소서.
/김진현 이봉창의사 기념사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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