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보기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늘어나는 스팸 메일 때문이다.이제, 아무리 바빠도 매일 일정시간을 스팸 메일 삭제에 써야 되는 상황이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는 이런 증상을 일컫는 단어를 벌써 만들어냈다(www.logophilia.com).
'이메일 피로증(email fatigue).' 광고성 메일인 스팸메일을 많이 받아 생기는 정신적 피로를 뜻한다.
e메일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중소기업이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스팸메일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증가했다는 보도가 국내외에서 많아졌다.
실감나는 보도이다. 내 경우 매일 십여 통의 스팸 메일이 쏟아진다.
평균적인 미국인 e메일사용자가 작년 받은 1일 스팸 메일 수는 4통이라고 하는데 반갑지 않게 그보다 많다.
스팸 메일은 "최단시일 안에 체중을 줄이기 원하십니까" "식물성 비아그라를 써보지 않겠습니까", 혹은 "재택근무로 돈 버는 방법"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사를 건드리는 제목이 주류를 이룬다.
한편으로, 일정기간 무료로 컴퓨터주변기기를 시험 사용해볼 수 있고 성인사이트를 둘러 볼 수 있다고 유혹하는 메일도 있다.
그 발신자 이름은 알아보기 쉽다. 한국어로 된 경우, 우리의 친지가 아닌 사람의 이름이나 '건강관리사', 영어로 된 경우, 'collector(수집가)'식이다.
그러나 수신자 이름과 같은 이름을 써서 혼란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주소만 달리 하고, 나의 이름 'parkkuemja'로 보낸 스팸 메일을 받은 경험이 있다.
스팸 메일이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부쩍 늘어난 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우편물기피현상이 있었다.
탄저균이 우편으로 배달되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우편물보다 e메일광고가 선호되었다.
또, 경기후퇴로 광고주들은 값싼 마케팅방식을 구했고 스러져간 온라인회사들은 고객의 e메일주소를 팔아 넘겼다.
갈수록 더 늘어날 스팸 메일은 일반기업과 광고주, 인터넷업계에도 덫이 될 우려가 높다.
개인의 e메일 피로증은 그가 속한 기업에 부담이 된다. 곧, 기업은 개인의 스팸 메일 삭제시간 만큼의 노동시간을 잃게 되고 또 스팸 메일때문에 계속 대용량의 서버를 장만해야 한다.
스팸 메일에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광고주들 때문에 모든 이메일 광고주들은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다.
개인들은 오프라인세계에서는 귀 기울일 세일안내 메일까지 삭제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스팸 메일 차단비율로 포털사이트를 평가하지 않으나 미국에서는 그런 경향이 시작되었다.
또, 인터넷서비스업체가 의지만 있으면 차단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스팸 메일에 대한 부과료를 물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반 스팸 메일법 실시, 스팸 메일 차단기술의 발전 등이 주장되고 있지만 스팸 메일을 열지도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이는 바로 발신자들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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