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식씨의 정ㆍ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엉뚱하게 언론계 독직사건으로 변질돼 가는 것 같다.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은 6일 윤씨에게 돈과 패스 21 주식을 받은 혐의로 모 TV방송사 프로듀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언론계에 대한 압박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 주초부터는 주식을 받은 언론인 25명을 모두 불러조사한 뒤 7~8명을 구속할 방침이라고 한다.
엊그제 본란에서 밝힌 바 대로 우리는 아내를 죽인 살인범의 벤처기업 사기극에 많은 언론인들이 연루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이 완전히 흐려져 정ㆍ관계 배후인물들에 대한 수사는 간 데 없고, 언론인에 대한 집중수사로 국민의 관심을 돌려놓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 사건 사법처리내용은 경찰관 2명, 철도청과 서울지하철 전현직 직원 3명, 전 청와대 경호실 직원 1명 등 6명 구속, 국세청 사무관 1명과 중소기업청 전현직직원 2명 불구속 입건이 고작이다.
적극적으로 윤씨를 비호하고 지원한 '몸통'과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수사축소 혐의로 구속된 이무영 전 경찰청장을 몸통이라 할 것인가.
아내를 살해하고 북한 피랍사기극을 연출했던 파렴치한을 유망 벤처기업인으로 키운 세력이 누구였는지 국민은 짐작하고 있다.
그를 오랫동안 '관리'해온 전직 국정원 직원이 패스 21 계열사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국정원과의 유착의혹을 더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가 김대중 대통령을 대면해 자신의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게 하고 청와대 의전행사에까지 공식 초청받게 한 사람은 누구며, 출국 금지된 그가 두 차례나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눈감아준 사람은 누구였는가.
유착 정도가 아니라 국기를 흔들 이런 직무유기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관계자를 불러 진상을 조사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검찰은 "우선 언론인 부분 수사를 마무리한 뒤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큰 줄기에 대한 수사가 우선이지 곁가지 수사에만 매달리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의심을 살 일이다. 검찰은 언론인 수사 이후를 주시하는 눈이 많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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