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이 임자를 만났다.카리스마와 실력을 갖춘 ‘무서운’ 지휘자 곽 승(61)이 올해부터 3년간 서울시향 음악고문을 맡았기 때문이다.
부산시향 수석 지휘자로 6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이로써 한국의 가장 큰 두 도시를 대표하는 교향악단을 모두 이끌게 됐다.
그의 역할은 서울시향을 책임지는 사실상의 음악감독이다.
음악고문이라는 직책명은 부산시향 계약조건에 외부 상임지휘자ㆍ음악감독 겸직 금지가 들어 있어 서울시향이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원하는 음악을 끌어내려는 집착이 대단한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깐깐하지만 지적할 데를 정확히 지적하기 때문에 수긍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서울시향은 최근 몇 년 간 침체와 표류 양상을 보여온 감이 없지 않다. 새 지휘자를 맞아 단원들은 바짝 긴장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잘 해 보자’는 의욕도 느껴진다.
“제가 면도날 같다고요? 모르시는 말씀. 4일 아침 서울시향과 첫 연습을 했는데 재미있게 했어요.서울시향은 단원 기량이 좋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몫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서울시향을 어떻게 이끌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오케스트라발전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성심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 조련사로서 그의 실력은 96년 그가 수석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부산시향이 보여준 성장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 전까지는 미국에서 활동했다. 83년부터 14년간 텍사스의 휴스턴 심포니 상임 지휘자를 맡아 이 지방 중소도시악단을 미국 내 준메이저급으로 끌어올렸고 명문 클리블랜드 심포니 부지휘자, 뉴욕의 유명한 조프리 발레단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그의 올해 서울시향 지휘는 5회. 내년부터는 10~12회로 늘어난다.
취임 후첫 무대로 11일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지휘한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베토벤의 칸타타 ‘잔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오케스트라와 합창,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합창 환상곡’,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서울시향의 새 선장 곽 승. 4일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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