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3T(정보통신기술ㆍ나노기술ㆍ생명공학)의 시대다.그러나 이런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나 테라급 반도체의 상용화는 10년 이상을 내다보아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반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섬유, 기계 등 6대 전통산업기술 분야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계에서는 3T를 발판으로 주력 산업을 중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산업에서 중국 등에 쫓기고 3T에서는 선진국에 밀리는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전통 주력 산업의 추락은 세계 경기의 침체와 함께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온 6대 전통산업 분야의 수출액은 지난해 2월~10월 8개월 동안 전년동기 대비 11%나 감소했다.
뭔가 돌파구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근래 기계산업의 침체는 정보통신기술(IT)과 나노기술(NT)의 접목을 통한 기술혁신을 더욱 절실하게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시도가 없지는 않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신종계 교수는 지난해 컴퓨터로 배를 설계ㆍ제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철강의 입자를 미세화해 강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 철강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미세 분말을 이용해 강도와 섬세함을 높인 ‘초경(超硬)합금’ 미용가위를 만들어 수입에 의존하던 미용가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공구나 드릴 등 산업용 기계재료를 100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의 초미립재료로 만들어 강도를 4배 가량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성형진 교수는 최근 반도체소자가 자동차 소음을 자동측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이를 없애주는 미소(微少)장치(MEMSㆍ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를 만들어냈다.
소음감지 센서에서 소음제거 구동기까지이 장치의 크기는 직경 1㎝가 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성취일 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 지능형 차량 운행 시스템, 철강 분야는 철강조직을 초미세화한 초철강, 항공 분야는 위성 디지털 송수신 장치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초미세화한 항공기 제조기술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극소비행기’(micro flying vehicle)를 개발, 방사능 측정 등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작업에 투입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과학기술부도 올해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전통 주력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작업에 39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산업기술 경쟁력을 세계 10위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과학기술계에서 조차 아직 접목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례로 대학과대학원의 기계ㆍ재료 관련 학과의 경우 교과과정에서 IT, NT를 외면하고 있다.
성형진 교수는 “학생들이 자동차등 기계 분야를 떠나 NT, IT 분야로 몰리는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말했다.
서울대 공대 이장무 학장은 “정부는 첨단기술과전통기술을 완전히 2분법적으로 여겨 최근 선정한 6대 집중육성기술에서도 제조분야는 철저히 배제했다”며 “우리도 미국과 유럽, 중국처럼 집중 기존 산업과 첨단 산업을 융합하는 ‘첨단제조기술’(AMTㆍAdvanced Manufacturing Technology)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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