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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공간경제 새로짜자] 개발은 1위·효율은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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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공간경제 새로짜자] 개발은 1위·효율은 꼴찌

입력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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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향해 달음질쳐 오면서 경제적인 발전방안은 많이 고민했지만 국토관리와 공간운용의 이상형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진정한 선진국은 경제수치상으로 잘 산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국토 환경이 쾌적할 때에 가능하다.

2002년을 맞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국토관리와 교통체계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연속 전문가 기고를 싣는다.

역대정부는 국정의 초점을 경제정책에 맞추고 산업생산과 관련된 경제부문에 비하여 국토ㆍ공간경제를 경시해 왔다.

국토ㆍ공간경제는 생산활동을 지원하고, 삶의 터전을 이루는 토지와 주택, 도시, 교통 그리고 환경 등을 일컫는다.

선진국들이 일찍부터 국민의 토지소유는 개발권을 분리하여 제한하고, 교통행정의 쇄신으로 선진화의 기반을 구축한 것과는 달리 우리는 이에 대한 개혁을 등한시했다.

그 결과 발전은 한계에 다다랐다. 반세기 동안 도시화와 자동차 대중화라는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통행정은 여전히 경찰청의 통제를 받고 있다.

1994년 12월 건설부와 교통부는 통합하면서도 정작 관련법은 개정하지 않아 도시개발과 교통 그리고 교통수단간 통합행정을 실현하지 못했다.

결국 항공안전 2등급 평가에서 보듯이 그나마의 전문행정마저 퇴화했고 항만부분은 오히려 분리되어 국토개발과 교통 통합에 역행하고 있다.

인구밀도로 볼 때 철도개발여건이 선진국들보다 월등히 유리한데도 철도를 경시하여 철도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도로 개발에 따른 비용부담이 물류비용을 크게 늘리고 다른 사회기간시설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수도권 과잉집중과 지방과 농촌, 중소도시경제는 황폐화도 심각하다.

30여년동안 수도권과 부산을 잇는 경부축에 전국 인구의 4/3과 산업활동의 80%가 집중되고 있다. 전국의 인구증가분 중에서 수도권 인구 증가분은 1960년대만 해도 59%였으나 1990년대에는 134%로 까지 늘어났다.

경부축에 인구 및 산업이 집중됨으로써 경부축 대도시를 중심으로 땅 값이 오른다.

서울, 인천, 경기지역의 평균지가(임야)가 전국평균치보다 각각95배, 29배, 9배나 높다.

개발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게 만든 토지제도 때문에 각종 부작용이 나타난다. 토지가가 선진국중에서 가장 높아 선진국과 사회기반시설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지가 총액의 비율이 미국은 0.7배, 독일 1.0배, 영국 1.3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7배에서 5.5배 사이이다.

수도권ㆍ경부축은 집적이익을 기반으로 계속 성장하고 지방은 낙후되어 불균형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기업도 생산성 증대보다는 토지가격 상승에 의한 이윤이 훨씬 높기 때문에 지가 상승 잠재력이 큰 수도권과 대도시 입지를 선호함으로써 국토의 불균형개발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성장지역과 낙후지역간의 격차는 지역간 격차로 확대재생산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발생한 엄청난 자본이득은 성장지역과 침체 지역간의 자산 및 부의 격차와 투자활동의 격차를 가져오고 다시 이것은 이농향도(離農向都)를 촉진하면서 지역격차를 확대재생산하고 국토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 농지는 식량안보 및 환경보전기능을 강조하여 토지전용 규제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농촌지역의 자산가치가 도시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더욱 하락하면서 지역간 분배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수도권 외곽의 준농림지는 무질서하게 난개발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서울은 고층ㆍ과밀화되어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도시의 열섬화 등이 심각하지만 개발이익을 좇아 고층ㆍ과밀화는 가속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997년 세계 16개국의 30개 도시를 선정하여 평가한 세계도시경쟁력 비교연구에 의하면 서울은 종합경쟁력면에서는 19위나, 삶의 질 부분에서는 최하위인 30위를 점하였다.

워싱턴 1위, 몬트리올 2위, 도쿄 8위와 대비가 된다. 가구소득대비 주택가격배율도 유엔과 세계은행이 선정한 세계 53개 주요도시 평균이 5.0인데 반해 서울은 7.9나된다.

사회기반시설면에서 스위스 국가경쟁개발원(IMD)이 세계49개국을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물류경쟁력은 세계34위로 39위인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세계 30위에 속하는 경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세계 포천 100대기업으로서 아태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50 개 기업중 서울에 본부를 둔 기업은 겨우 1곳에 불과해 태국과 같은 형편이다.

우리는 이제 국가선진화를 향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21세기는 경제성장이 삶의 질, 환경의 가치와 동반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국토ㆍ공간관리의 개혁 없이 국가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선진국은 산업화과정에서 공간경제문제를 혹독하게 경험하고, 토지개발권을 제한하고 관련제도를 과감히 개혁한것이 오늘날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사회가 당면한 공간경제체제의 후진성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교통사고 발생률은 후진국 수준이다.

21세기국가 선진화를 위해 국토ㆍ공간경제ㆍ교통행정의 개혁과제를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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