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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탐방 / 서울대 행동생대학硏 노정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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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탐방 / 서울대 행동생대학硏 노정래 연구원

입력
2002.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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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에서 말의 표정을 보고 우승마를 점찍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 행동생태학연구소 노정래(38) 연구원이다.그는 말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컨디션을 확언할 만큼 말의 행태에 정통하다.

말의 해인 올해 2월 그가 제출할 박사학위 논문은 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내용이다.

“말은 일부다처제로 대표되는 부계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요. 그런데 4년 이상 관찰한 결과 오히려 엄격한 모계사회였습니다.”

그의 연구는 10년 전 학계 일부에서 제기된 가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내용이다.

암컷 무리가 마음에 드는 수컷 한 마리를 선택해 번식하고 이 암컷 무리 중에도 서열이 존재하며 서열이 높은 암컷일수록 암컷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그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줄곧 제주도축산진흥원이제공한 숙소에서 묵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랑말 70여 마리와 동고동락했다.

“새벽 5시에 숙소에서 일어나 7시까지 한라산 중턱 700m 고산목장에 있는 말들에게 달려갔죠. 하루 종일 연구대상으로 정한 말들을 쫓아다니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목장이 그의 연구실인 셈이다.

그는 말에서 인간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만큼 ‘말 가족’이 됐다.

“착한 말이 있는가 하면 교활한 말도 있습니다. 말은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주며 우애를 다지는데어떤 말은 어떻게든 상대를 긁어주는 수고를 피하려고 꾀를 부리죠.”

하지만 서로 목을 기대고 자면서 상대의 뒷편을 감시해주는 습성은 따뜻한 공동체의 전형이다.

“석사 때도 홍도에 묵으며 갈매기를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조랑말 연구기간은 ‘미치지 않았었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의 연구열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좀더 야생에 가까운 말을 관찰ㆍ연구하기 위해 몽골행을 준비 중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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