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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운 언론인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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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운 언론인 연루

입력
2002.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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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김 사건의 윤태식씨가 벤처기업 패스 21을 키우기 위해 벌인 주식 로비에 언론인이 여럿 얽힌 것으로 드러났다.국가 권력에 의한 간첩 조작과 은폐가 문제돼 국정원과 경찰 책임자가 구속된 당초 발단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파문이 번졌다.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바로 그 때문에 언론과 언론인들이 연루된 것이 더욱 개탄스럽다.

윤씨의 로비 스캔들은 이 사회에 만연한 도덕성과 직업 윤리 상실, 부패와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가 권력이 아내를 살해하고서 간첩으로 음해한 인물을 비호한 것은 어두운 시절의 잘못이라고 치자.

그러나 이런 인물이 벤처 사업가로 입신하는 것을 도운 것은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한 죄악이다.

이런 죄업을 바탕으로 한 윤씨의 사업 로비에 정ㆍ관계는 물론이고 언론계까지 연루된 것은 다시 없을 참담한 스캔들이다.

윤씨가 지문 인식 기술을 들고 유망벤처 기업가로 뜬 데는 국정원이 결정적으로 기여한 흔적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사업과 관련된 여러 정부 부처 관계자와 수지 김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경찰관까지 주저 없이 각종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 관계자들도 대체로 이런 정황을 알고 패스 21 띄우기와 한몫챙기기에 너도 나도 가담했을 것이다.

벤처 열풍이 휩쓴 사회 분위기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 엽기적 스캔들에 언론계가 집단적으로 연루된 것은 정ㆍ관계나 법조계 등이 관련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직업 윤리 타락이다.

유망 벤처 기업을 소개하고, 개인적으로 벤처 투자열기에 편승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몇몇 언론이 패스 21 관련기사를 다룬 정도가 관행을 크게 벗어났고, 수십 만원 대주식을 액면가 5.000원에 넘겨 받거나 거저 얻은 것은 검은 유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다른 사회 집단의 비리를 감시하는 언론으로서는 가장 중대한 금기를 어긴 것이다.

이 부끄러운 스캔들과 관련해 언론윤리와 자율 규제 강화 등을 새삼 논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비리 혐의가 명백한 사건을 윤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오히려 심각성을 흐린다.

관련언론부터 단호한 징계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검찰도 오해 살만한 고려 없이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기 바란다.

그래야 모두 한통속이라고 비웃을 국민의 좌절감과 분노를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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