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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1)중국인 왕샤오링의 서귀포시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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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미리 가 본 월드컵도시] (1)중국인 왕샤오링의 서귀포시 탐방

입력
200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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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잔치인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5월 31일부터 6월30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인천광주 대전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등 10개 도시에서 열린다. 월드컵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어림잡아 40만명. 이 가운데는 한국에서경기를 갖는 14개국의 골수팬들도 포함되어 있다. 월드컵 손님맞이 준비는 과연 잘 되고 있는지 외국인들이 현장을 두루 찾아보고 개선방안을 귀띔해주는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제주는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푸른 초원이 끝없이펼쳐진 가운데 유채꽃의 노란색이 눈부셨다.

특히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배 모양으로 건설되어 경기장 자체가 커다란 볼거리였다.

지금 중국의 여행사들이 손님들에게 승낙한 월드컵 표를 구하지 못해 골치 아프다고 하는데, 이 경기장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동포들의 아쉬움을 떠올리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중국 대 브라질전이 열리는 6월8일쯤에는 날씨도 더 따뜻해지고 유채꽃 향기가 서귀포를 감돌 것이라고 하니 제주도의 매력을 중국인들이 더 많이 발견했으면 싶었다.

제주는 중국인이 관광하기에 서울보다 더 편했다. 곳곳에서 중국어 안내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제주 공항에 내려 서귀포시로 가는 공항 셔틀버스에서는 한국어 영어 일어 안내방송과 더불어 중국어 방송을 해주었으며 공항에서도 중국어 안내원을 금방 찾았다.

‘천지연 폭포’ 안내소에서도 중국어 안내원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그러나 막상 제주 구석구석을 훑어보면서 제주만의 매력을 못 살리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 중국인들 대부분은 제주도 기후가 아열대에 있는 중국의 하이난(海南)과 비슷하거나 적어도 사계절이 다 봄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 스스로도 잘 조경된 거리와 푸른 나무들, 짙푸른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자연 그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휴양 도시로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필리핀의 여러 섬들처럼 휴양도시로 하기엔 제주도는 날씨가 어정쩡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제주도에서 해수욕장이 문을 열지 않는다.

제주도의 대표적 멋이라는 유채꽃도 3월에 만개해 4월에 진다고 한다.

결국 제주도가 전적으로 휴양도시로 자기매김하기에 기후대가 모호하므로 대안은 좀더 많은 관광거리를 제공하는데 있다.

그런데 서귀포에는 상설공연장도 없었고 문화축제도 부족했다. 서귀포시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잡기 위해 올해중으로 서불과지(徐巿過之) 유적을 개발한다고 한다.

진시황제의 명을 받아 불로초를 찾던 서불이 서귀포 정방폭포에 와서 서불과지라는 마애명을 남기고돌아간 곳을 개발한다는 것인데, 중국인의 시선을 얼마나 잡을지 모르겠다.

이런 유적이야 중국에서는 숱하게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그 나라만의 문화축제나 좀더 현대적인 볼거리이다. 가령 천지연폭포 옆에서 운영하는 잠수함 관광은 중국인들의 눈을 잡아끌 수 있을 것이다.

승마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서중국인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한국인의 민속공연도 없고 무엇보다 ‘롯데월드’와 같은 놀이공원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백화점 구경 자체도 커다란 볼거리로 생각하는데 서귀포에는 그런 현대적인 명소가없었다.

물론 서귀포 시청에서는 월드컵 기간에 ‘이어도의 노래’ 등 제주 전통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제주 민속공연, 해녀축제 등을 야외공연장 등 도심 곳곳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월드컵 기간 서귀포 종합체육관에서 제주 범섬을 소재로 한 뮤지컬도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통문화 공연장을 만들어 꾸준히 전통문화를 공연하고 이런 공연장에서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다면 훌륭한 관광코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서귀포시나 제주도가 반드시 추진해주었으면 한다.

제주도를 보여줄만한 관광상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관광기념품점에 있는 모자는 외국도시의 로고만 잔뜩 있었고 특색이 있는 관광 기념품이란 게 무거운 돌하루방 뿐이었다.

장병순 월드컵 기획단장도 “같은 기념품이라도 FIFA 로고가 찍히면 잘 팔릴 수 있을 텐데 로열티가 엄청나 엄두를 못낸다”며 관광상품 문제가 그렇잖아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기념품 가게에서간혹 보인 FIFA 로고가 찍힌 기념품은 역시 비쌌다. 반 팔 여름 티셔츠 하나가 2만 5,000원이나 했다. 그러나 FIFA 로고를 달지 않더라도제주나 서귀포 경기장을 담은 티셔츠나 모자를 만들어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상품도 드물지만 쇼핑센터 자체가 귀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인삼과 화장품, 전자제품, 그리고 유명 브랜드의 고가제품들이다.

그런데 공항 면세점 외에는 이 같은 물건을 살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서귀포시청에서는 공항, 호텔 면세점, 외국인전용 관광기념품점에서 판매한다지만 서귀포시에는 롯데호텔 면세점 밖에 없었다.

월드컵 경기장 시설은 아주 훌륭했는데 왜주변에 백화점 규모의 쇼핑센터를 마련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찾을 정도의 중국인이라면 분명 명품 구매에도 돈을 아끼지 않을텐데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또 관광지, 호텔, 식당 등의 안내책자는 있었지만 제주도 문화나 한국 문화를소개한 책자를 찾기 힘들었다. 이것 역시 제주도가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漢字표기 중국인도 몰라

각종 안내 표지판에 영어와 함께 한자가 병기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한자는 중국인들이 쓰는 중국어와는 전혀 달랐다.

대표적인 예가 ‘화장실’. ‘化粧室’이란 한자로 표시돼 있지만 중국인들은말 그대로 이를 화장(make-up) 하는 장소로 여긴다. 중국에서 화장실은 ‘洗手間’ ‘所’ 라고 표시한다.

공항이나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인 안내(案內), 도착지(到着地)라는말도 중국인들은 이해 못하는 단어. 안내라는 뜻의 중국어는 ‘介紹’에 해당하며, 도착은 ‘到達’이라고 쓴다.

긴급하게 대피하라고 표시해놓은 ‘비상계단(非常階段)’도 중국인에게 오리무중.계단은 중국에서는 ‘단계’로 이해한다.

‘비상(非常)’도 중국에서는 ‘매우(very)’라는 뜻으로 쓴다. ‘계단’이란 뜻을 가진 중국어는 ‘樓梯’.비상구는 ‘安全出口’라고 쓴다. 대합실(待合室)도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 비행기 대합실일 경우 ‘候飛廳’이라고 써야 한다.

공원이나 관광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촬영금지(撮影禁止)’를 써놓고중국인들이 사진 안 찍기를 바라면 안된다.

우선 목적어가 뒤에 오는 중국어의 어순과도 어긋나다. 정확한 표현은 ‘請不要照像’(사진찍지 마세요)이다.

‘표받는 곳’이라는‘受票所’ 역시 국적불명의 말. 중국어로는‘檢票口’라고 한다.

■중국인들 이렇게 다르다

중국인 민박을 유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몇 가지 있다.

중국 사람들은 바닥에 앉는 습관이 없다. 5분만 바닥에 앉아 있어도 아주고통스럽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이 힘들다. 잠을 잘 때도 바닥에서 잘 자지 못해 침대방을 선호한다.

중국 사람들은 항상 따뜻한 물을 먹는다. 날씨가 더울 때 국화차 등 몸의열을 없애주는 차를 마시지만 그런 차도 뜨거운 물로 마신다. 손님에게 찬물을 대접하면 냉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사람들은 평상시에 간단하게 먹더라도 손님을 초대할 때는 여러 가지요리를 해 요리 위주로 먹고 주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그리고 김치와 같은 밑반찬은 요리라고 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밑반찬 외에 요리 하나 위주로 먹는데 이런 차이를 손님에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중국인들은 대접을 못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밥을 국에 말아서 먹는 것은 소화에 안 좋다고 꺼린다.

술 마실 때 중국에서 첫 잔은 주인이 뭘 위해서 마시자고 말을 한 후에야같이 마신다. 그리고 건배와 중국어의 ‘乾杯(gan bei)’ 발음이 비슷해서 서로 알아듣지만 중국어로 ‘乾杯’는 잔을 완전히 비운다는 뜻이다.

가끔 한국 사람이 중국 사람한테 건배하자고 해 놓고는 자신은 다 마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윗사람이 아래 사람한테 ‘수고했다’고 먼저 술을 주는데 중국은 아래사람이 윗사람을, 주인이 손님을 존경한다는 뜻으로 먼저 술을 따라준다.

술잔을 부딪칠 때는 존경의 뜻으로 자기의 술잔을 낮추지만 몸을 돌려서 마시거나 술잔을 돌리지는 않는다.

또 중국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한테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으며 두 손으로 물건을 건네거나 악수할 때 한 손으로 팔을 받치는 법도 없다. 그러니 중국인들이 이렇게 행동하더라도 건방지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필자 왕샤오링

1977년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났다. 1999년 산둥대학교 동양언어문학과를 졸업했고,2000학년부터 경희대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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