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교생의 90%이상이 한국을 부패사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우울한 소식이다. 반 부패 국민연대가 지난 달 서울시내 남녀 고교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우리나라를 세계 100개 국가 가운데 부패순위 1~20위 군에 속하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국제 투명성 기구등의 평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아시아 17개국 중 한국 청소년이 최하위라는 얼마 전의 비교조사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질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
조사 대상자의 80% 이상이 앞으로 한국사회의 부패가 더 심해지거나,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어른들 세계의 부패상에 강한 반발과 위기감을 느낄수록 '우리 세상이 되면 부패를 추방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에 넘쳐야 청소년다운 건강한 의식 세계가 아닐까.
그런데 자신들이 어른이 되면 부정 부패가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국민은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가.
그들이 어른들의 부패상에 매우 엄격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자신들도 그렇게 하겠다는 응답은 무엇인가.
누가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든가, 뇌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은 잠정적인 부정부패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친인척의 부정을 묵인하겠다는 태도도 다를 바 없다.
문제는 그들이 꼽는 부패 집단이다. 정치인들이 첫손가락에 꼽힌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법조계 언론계 교육계가 경찰보다 더 썩었다는 반응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할 전문 지식인 사회가 부패했다는 인식과 실제의 모습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부정 부패는 줄을 서지 않은 얌체와 무자격자 들의 향연이다.
오래 차례를 기다린 사람과, 열심히 노력해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권리를 도둑맞는 세상에서는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는 해체되고 만다.
공동체주의가 무너진 사회는 야만의 정글 속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일깨워 도덕사회를 만들려면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과 지식인들의 큰 깨우침이 있어야 한다.
윗물부터 맑아져야 아랫물이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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