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설날이 걱정돼요. 친척들에게는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야 할까봐요.”다음달 졸업하는 충북대 심리학과4년 이문영(李文英ㆍ24ㆍ여)씨는 ‘지방대 비인기학과생에게 취업은 언감생심’이라던 선배들의 경험담을 비로소 절감하고있다. 이씨가 2학기 들어 취업원서를 낸 것은 모두 20여 차례.
그러나 매번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면접까지 이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는“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에는 다급한 마음에 닥치는대로 원서를 써서 몇 번 지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원서를 낸 뒤 연락이 없어 해당 기업에 전화해서 들은 답변이라고는 ‘자격이 안된다’는 한마디 뿐. 그러나 이씨는 “그래도 이렇게 무 자르듯한 답변을 듣는게 속은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를 더욱 큰 절망감에 빠뜨린 것은 ‘거리도 먼데 서울까지 올라올 수 있겠느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이었다.
97학번인 그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졸업해야 했다. 그러나 취업재수가 무서워 3학년때 1년간 휴학, 졸업이 늦어졌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과 동료들중 절반 이상이 이씨처럼 억지로 졸업을 늦췄다.
“휴학 기간 죽도록 취업준비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대부분 동네 독서실에 처박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어요.”그는“택시를 몰거나 막노동 판에서 일하는 남자 선배들도 적지않다”고 귀띔했다.
“지방대생들의 소외가 뿌리깊은 ‘학력 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고들 떠드는데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기는 한건가요?” 그는 자신과 이 사회가 점점 더 야속하고 미워지고있다.
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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