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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明과 音] (2)"졸업장이 天刑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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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明과 音] (2)"졸업장이 天刑 같아요"

입력
200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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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D대(4년제) 유통 관련 학과 출신 김모(27)씨.1998년 2월 이 대학 졸업 이후 김씨는 “지방대생이 무슨 재주로…”라는 생각에 취업의 꿈을 일단 접고 수능시험까지 또 치른 끝에 인근의 모 전문대 유통학과에 입학했다.

취업에 유리한 유통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였다. 2000년 2월에는 두번째 학위와 자격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씨는 요즘도 하루에 몇 번씩 e메일을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다. 혹시 면접을 보라는 희소식이 오지 않았을까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방대 졸업장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천형(天刑)’인 것 같아요. 50여 차례 원서를 냈지만 면접까지 본 것은 재작년 두번이 전부예요.”

김씨는 그나마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면접을 치른 기억을 위안으로 삼는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기업들이 서울 주요대 졸업예정자들에게만 인터넷 접수를 통해 ‘합격ID’를 나눠줬다는 말을 들었을 땐 이 땅을 뜨고 싶었다”며 “대입 때 한 번 뒤지면 영원히 낙인 찍는 이 사회가 밉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요즘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마땅히갈 곳도 없다. 지난해말 오랜만에 모교(D대) 취업안내실에 들렀지만 후배들과 마주칠까 두려워 금세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서 컴퓨터로 취업정보를찾으면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웁니다.”

용돈도 지난해 여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쪼개 쓰느라 한달에 10만원이 안된다. 하지만 부모님께 더 손을 벌릴 면목도 없고, 서울 직장에 다니는 형이 건네주는 돈도 이제는 부담스럽다.

■명문大 졸업앞둔 S씨 "졸업장은 취업학격증"

2일 폭설이 내린 강원도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난 S(27)씨는 K씨와 동갑내기 대학생.

그러나 그에게취업난은 다른 세상 얘기다.

다음달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는 그는 지난해 가을 입사원서를 4곳만 냈지만 증권사 2곳과 이동통신회사 1곳 등3개 회사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 역시 지난해 초에는 취업을 다소 걱정했다. 기업 신규채용에서 경력자와 대졸 초임자의 비율이 8대2로 역전됐다는 노동부의 발표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졸자 취업문은 지방대나 서울의 중하위 대학에만 굳게 닫혀있을 뿐, S씨가 경험한 취업현장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서울대 졸업장이면 갈 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던데요.” 적지 않은 그의 학교 동료들도 그럴 듯한 직장에 자리를 잡거나, 여러 회사에 동시 합격했다.

S씨는“기업들의 공채시기가 비슷하던예전과 달리 수시채용이 일반화하면서 서울의 명문대 졸업생들이 합격을 독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씨는 합격한 직장에 오래 몸 담을 생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의 취업기회를 빼앗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않는다.

“직장경험을 쌓은 후 ‘자기계발’을 위해 미국 경영대학원 유학을 가겠다”는 그에게 취업은 여러 선택 중 가장 손쉬운 것이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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