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미국의 전통 농업지역인 아이다호 남부 보이즈시의 한 치과건물 지하실방. 전자회사 출신 3명의 엔지니어가모여 한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텍사스 인스투르먼트(TI), 도시바, 하이닉스 반도체 등 매머드 기업들의 잇딴 인수를 통해 세계시장 제패를 꿈꾸고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0여년전 탄생 당시만해도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었다.그러나 20년에 걸친 일본 한국과의 ‘반도체 전쟁’을미국 D램 업체로는 유일하게 버텨낸 마이크론 특유의 생존전략은 향후 하이닉스의 D램 부문 인수과정 및 공장운영에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원가를 낮춰라
마이크론의 영업전략은 철저한 ‘코스트다운’에 기초한다. 80년 D램 사업 참여이래 마이크론은 새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보다는 줄곧 기존 제품의 원가ㆍ판매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을넓히는 정책을 구사해왔다.
예컨대 남들이 128메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 마이크론은 기존 64메가의 원가를 낮춰 시장을 넓히는 방식이었다. 한투증권민후식 애널리스트는 “D램을 가장 값싸게 만들어 시장에 가장 많이공급한다는 것이 마이크론의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128메가 SD램 위주였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램버스, DDR, 256메가 SD램, 플래시메모리 같은고부가가치 품목 중심으로 재편성한 것과는 달리 마이크론은 현재도 128메가 SD램이 주력이다. 대신 마이크론은 회로선폭 0.15㎛의 비중이90%(삼성전자 85% 안팎)를 넘어, 양산능력과 직결된 주력 미세공정기술에선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고가품 개발보다는 저가제품 생산성향상을 통해 더 값싸게 더 많이 공급한다는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인 셈이다.
하이닉스 D램 부문 인수후에도 이런 전략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주력시장 중복을 피하는효과가 있다. ‘마이크론+하이닉스’ 결합에 대한 삼성전자의 위기의식 강도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쟁자엔 가차없다
마이크론은 시장경쟁에 관한 한 매우 ‘전투적’이다. 정부ㆍ의회를 통한 통상쟁점화와 제소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85년 일본 반도체 회사들의 대공세로 미국 업체들이 줄줄이 D램 시장에서나가떨어지자, 마이크론은 히타치 NEC 도시바 등 일본의 7개 반도체회사를 반덤핑혐의로 제소해 승리를 거뒀다.
92년엔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국내 3사를 반덤핑으로 엮어 제소했고, 97년초엔 S램 반덤핑으로또다시 제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엔 미 행정부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조건으로 한국 반도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압력을 넣었고, 지난해초하이닉스 반도체의 회사채 신속인수때도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금지협정 위반을 들어 의회와 행정부를 통해 통상쟁점화를 시도했다. 하이닉스를 포함한국내 반도체 업체와는 질긴 악연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공세의 선봉에는 늘 스티브 애플턴 회장(사진)이 있었다. 83년 시간당 5달러 짜리 관리직으로 입사, 11년만인94년 마이크론 CEO자리에 오른 그는 지금까지 의회청문회와 언론회견 등을 통해 한국 업체들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 왔다.
98년 미국최대의반도체 회사중 하나인 TI D램 부문을 현금 한푼 없이 인수(주식지불)하고, 지난달엔 인피니온과 막바지 통합 협상을 진행하던 도시바 미국공장까지차지한 애플턴 회장은 그러나 이제 ‘눈엣가시’였던 하이닉스를 공격하기 보다는 아예 통째로 삼킴으로써 시장지배를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확장역사에 비춰볼 때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D램 부문을 통합할 경우 원가절감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매우 공격적인시장전략 구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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