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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 특별인터뷰 /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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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 특별인터뷰 /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총장

입력
2002.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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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 사실상 종결된 뒤 침묵의 빠진 듯한 이슬람권의 모습은 새 질서 짜기에 분주한 미국 등의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이슬람의 태도는 체념일까, 혼란일까 또는 새로운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랍22개국을 대변하는 아랍연맹(League of Arab States)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을 만나 ‘육성’을 들어봤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떤 평화도‘반쪽짜리’ 평화일 것”이라는게 대답이었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이집트 카이로 연맹 본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첫 단계인 아프간 전쟁에서 승리한 뒤 다른 나라로 공격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나와 아랍연맹의 입장은 분명하다. 우리는 9ㆍ11 테러를 저지른 자들을 비난했다. 어떤 말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지속적으로 테러와 싸워야 한다는데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은 (미국 등에 대한 테러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테러가 대상이 돼야 한다. 또 군사와 함께 외교적 노력등도 병행돼야 한다.”

-그동안 아랍권은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대해 일부는 반대하고, 일부는 지지는 하되 적극 동참하지 않는 등 제각각 흩어지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우리는 테러 근절을 위해 누구보다도 애써왔다. 아랍권의 대응이 혼란스럽게 비춰졌다면 그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저항이 국제 테러의한 부분으로 왜곡돼서는 안된다. 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자칫 전쟁의 여파가 미치고 이스라엘 점령군에 대한 그들의 싸움이 테러로 간주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과 서구에서는 무슬림을 경계하는 여론이, 이슬람권에서는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두고 문명 충돌론이 제기됐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다. 분명히 해둘 것은 아랍과 이슬람권은 미국이나 그 문화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편향된) 중동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한다는 것이다. 9ㆍ11테러 이후 문명간 충돌 위험이 최고 정점에 달했다. 무슬림에 대한부당한 차별이 늘고 있는 것은 특히 심각한 문제다. 문명간 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충돌의 위험은 비단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문제만 아니다.(서구의 시각에서 ) 낙후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불교, 힌두교 등 다른 문명과의 관계에서도 위험은 존재한다. ”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를 응징 대상인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데 대한 견해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태는 테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점령에 맞서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같은 일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더구나 이스라엘군은 단지 명령에 의해, 증거도 없이 팔레스타인인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서구 언론들은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없는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점령지에서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군을 촉구한 유엔 결의안 242ㆍ338호, 평화협상의 물꼬를 튼 1991년 마드리드 중동평화회의, 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확인된 ‘땅과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 원칙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점령지에서 즉각 철군하고,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 뒤에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을 포함한 완전한 독립 국가를 건설하는 것 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폭력의 악순환은 그런 원칙과 합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문제의 뿌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은 이스라엘의 부당한 군사 점령에 있다. 갈수록 강화하는 이스라엘 군의 점령정책이 폭력적인 충돌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측은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평화를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아랍의 맹주’를 자처했던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들이 최근에는 지역문제 해결과 관련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집트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한쪽에서만 노력한다고 성과가 나올 수는 없다. 한쪽이 제멋대로 사태를 끌고가고 있는데,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부당한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고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는가. 누구도 ‘반쪽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아랍과 이슬람권의 반미, 반서구 정서를 자국내의 억압적인 정치 체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반미, 반서구 정서는 역시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부당하게 편드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미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태로 인해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서 다시 각종 정치, 사회적 문제들이 파생되는 악순환이다. 아랍 국가들은 현재 정치적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여정은 길고 험난하다. 먼저 하루 빨리 평화가 정착돼야만 민주화를 위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수가 있다.”

-상당수 아랍국들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등 과격 세력의 주장에 동조하는 여론이적지 않다. 이들 나라의 비민주적 정치 체제도 원인 중의 하나는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격 단체가 이슬람권 뿐 아니라 이탈리아, 일본, 북아일랜드,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도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테러 단체의 존재는 국제적 현상이다. 비민주적 정치 체제가 주 원인이라면 어떻게 이탈리아나 일본 등 세계 모든 국가에 테러 단체가 존재할수 있는가. 과격 세력의 존재는 민주냐, 비민주냐가 아니라 국민적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리와 건물마다 총을 든 군인과 경찰들이 깔려있는 탓인 지 카이로의 첫 인상은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20년째 비상계엄 상태인데다 야당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들었다.

“9.11 테러 이후세계 모든 나라가 비상 상황이지만, 이집트는 (97년 룩소르 관광객 테러 사건을 비롯해) 수년동안 테러에 시달려 심각한 상황이다. 치안 유지를위해 군인과 경찰 배치는 필요하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계엄도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 평화가 정착되고, 이-팔 사태가 해결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현재 야당의 활동에는 제약이 없다. 야당 신문도 여러 개가 발행되고 있다. 누가 얼마나 오래 집권했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슬람권에 대해 정치와 종교의 분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는데.

“아주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몇몇 나라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의 분리 필요성은 비단 이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단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적으로 기독교 교회가 정치에 개입해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아무르 무사 총장은 누구

아무르 무사(66)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아랍의 ‘민초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카이로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물음에 서슴없이 “아무르 무사”라고 입을 모았다.

비결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주저없이 할 말을 하는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재작년에는 이집트의 팝스타 샤바느 압둘리힘이 “나는 이스라엘을 증오해요, 무사를 사랑하지요”라는 노래를 불러 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아랍의 대중이 그를 시오니즘의 대척점에서 선 ‘아랍의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카이로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58년 외무부에 들어가 인도, 유엔 대사등을 거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91년부터는 만 10년간이나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지명도와 카리스마는 대부분 이 기간 중 축적됐다.

91년10월 마드리드 평화회의를 시작으로 중동사태와 관련된 각종 공개, 비공개 협상의 핵심 중재자로 협상력을 발휘했다.

■아랍연맹

45년 3월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이라크,시리아등 7개국이 아랍통일을 기치로 창설했다.현재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포함한 22개 회원국이 있다.

이집트는 79년 중동평화협정 때문에 10년간 회원자격을 박탈당했으나,90년 본부를 다시 카이로로 유치했다.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대한 회원국간 이견으로 위기를 맞은 적이 있으며,현재도 같은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사무총장은 임기5년의 선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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