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현주(奉賢珠ㆍ42)씨가 습작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부터다.단조로운 직장 생활이었지만,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봉씨가 적성에 맞는 글쓰기 장르를 찾은 것은 1년전이다. 봉씨는 지난해 1월에 처음으로 동화를 써 봤다.
“적성에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글을 썼지만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이 생겼다.”
그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오정희 박완서 황석영 등 작가들의 작품을 몇 번씩 베끼면서 창작의 꿈을 키웠다.
좋은 문장은 통째로 외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제를 깊이있게 파고 들어야 하는 소설은 멀게만 느껴졌다.
봉씨는 TV드라마도 손대 봤다. “내게는 너무나 화려한 세계였다. 소설보다도 벅찼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동화가 소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에게 읽히는 만큼 주제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는 데 노력하는 쪽”이라고 말한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듯하게 쓰면서 한참을 고민한 봉씨는 문득 “내 식대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종교인 불교에서 해답을 찾았다. 당선작 ‘보리암 스님’은 절에 다니다 들은 큰스님의 법문에서 따온 것이다.
가난한 총각이 병을 앓는 어머니를 치유하기 위해 부처님과 내기 장기를 두어 이겼다고 한다.
이 얘기는 동화의 주인공 ‘상구’가 부처님과 내기 장기를 두는 꿈으로 옮겨졌다. 당선작의 첫 독자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었다.
“응모하기 전에 딸에게 엄마가 지은 동화를 읽어줬더니 내용을 이해하고, 재미있다고 평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등단하는 데 대해 봉씨는 “원래 더딘 편”이라고 말한다.
“열 한 달 만에 태어난 데다가 초등학교도 1년 늦게 들어갔다. 서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것이다.”
데뷔작이 은퇴작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다짐하는 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같은 작품을 쓰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1960년 서울 출생 ▲1982년 한양여전 의류학과 졸업 ▲1982~92년 쌍미실업 근무
김지영기자
kimjy@hk.co.kr
■당선소감/ "동화는 헤아릴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나 가운데 ‘동화 작가’가 한몫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어느 한 역할 제대로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잘 해야지’ 수없이 반복되는 의문과 다짐 속에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가 한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내가 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어떤 마음에 머무르겠습니까.
이제까지처럼 또 다른 나에게 맡길 것입니다. 내게 동화를 쓰게 하고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본연의 자리에 말입니다.
고대 인도인이 우주 전체를 가리키던 말로서 삼천대천 세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대적인 의미로는 태양계 1,000개 모인 것이 소천 세계, 소천 세계 1,000개 모인 것이 중천 세계, 중천 세계 1,000개 모인 것이 바로 삼천대천 세계라고 합니다.
이것은 곧 무한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동화의 세계가 바로 이 삼천대천 세계가 아닌가 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세계, 거짓말 같은 세계, 아이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 그 세계에 지난 일 년 간 푹 빠져 있었습니다.
강아지도 되었다가 소나무도 되었다가 산도 되었다가 하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그 세계를 많은 이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이상배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동화의 세계, 언제 다 이해할지는 모르겠으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크신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심사위원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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