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 지음ㆍ이한구 옮김“모든 인식의 발전은, 대담한 추측을 제시하고 그것을 엄격한 비판에 의해서 논박하는 시행착오에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잘 알려진 비판적 합리주의 철학자 칼 포퍼(1902~1994)의 대작 ‘추측과 논박’이 이한구 성균관대 교수에 의해 완역됐다.
포퍼 사상의 근간이 되었던 주요 논문과 강연문 21편을 묶은 이 책은 1963년 첫 간행된 뒤, 포퍼가 1989년까지 지속적으로 판을 수정했던 그의 주저의 하나다.
포퍼는 “우리는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명제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영국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이던 스탠리 에딩턴의 일화를 통해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에딩턴은 1919년 개기일식 관찰을 통해 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의심되지 못했던 뉴턴의 중력이론을 부정하는 한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 대학 신입생이던 포퍼는 여기서 마르크스의 역사이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또한 거짓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고백한다.
포퍼의 눈에 이들 이론이나 사상은 상당한 통찰을 줄 수 있지만 엄격한 의미에서의 과학은 아니었다.
이후 포퍼의 학적 경력은 “이 이론들이 사이비 과학인 것은, 그것들이 입증의 증거를 모으기만 할뿐 결코 반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반증(反證ㆍfalsification) 개념에 모아진다.
‘추측과 논박’은 포퍼가 이 같은 ‘반증주의’에 따라 과학철학은 물론 고대 철학, 칸트 철학과 자연과학, 변증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일관되게 “비판이야말로 과학의 생명이다”라고 자신의 사상의 핵심을 내보인 저서이다.
유태인으로 태어나 나치를 피해 망명해야 했던 포퍼는 ‘극단의 시대’이자 ‘폭력의 세기’로 불리는 20세기를 온 몸으로 체험한 인물이다.
20세기초 유럽의 많은 지성들이 소련의 이데올로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신만이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과 독단이야말로 인간을 억압한다. 이러한 오만이 휴머니즘과 결부될 때 전체주의가 되고, 철학적 결벽증과 결부되면 편협한 논리실증주의가 된다”며 ‘열린 체제’를 강조했다.
“비판에 마음을 열어두고 그것을 기쁘게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 지식이 성장하는 원동력이고 조금씩 보다 나은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열린 사회와 적들’에 이어 ‘추측과 논박’에서도 이어지는 그의 철학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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