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제 속세에서 쌓인 모든 한을 떨쳐버리고 편안히 눈을 감길 바래.”1987년 홍콩에서 피살돼 간첩 누명을 썼던 수지 김(본명 김옥분ㆍ金玉分ㆍ당시 35세)의 넋을 달래는 천도제가 2일 오전 그가 생전에 다녔던 충북 충주시 직동 창용사(주지 정도스님) 대웅전에서 열렸다.
신도와 마을 주민 2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진 이날 제사에는 옥자(玉子ㆍ49) 옥경(玉京ㆍ45) 옥임(玉任ㆍ41) 옥희(玉姬ㆍ35)씨 등 여동생들이 참석, 언니의 억울한 넋을 달랬다.
지난해 11월20일 홍콩 외곽의 한 외국인 무연고 묘지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을 영정과 함께 모셔놓은 제사상 앞에서 유족들은 지나간 고통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한꺼번에 오열을 터뜨렸다.
술을 올리며 언니의 영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동생 옥경씨는 “늦었지만 언니가 우리와 함께 진달래를 꺾으며 뛰어 놀던 이곳에 다시 돌아와 다행”이라며 “구천을 헤매고 있을 언니의 넋이 이제라도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데 앞장섰던 동생 옥임씨는 “15년만에 언니를 모셔왔는데 이렇게 초라하게 모실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다시는 언니 같은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당국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에게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천도제를 마친 뒤 97년 딸의 억울한 죽음에 충격을 받아 세상을 뜬 수지 김의 어머니 김성순씨의 충주시 양성면 본평리 진달래 공원을 찾아가 한 줌 흙을 뿌렸다.
충주=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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