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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 조예선 가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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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 조예선 가상 시나리오

입력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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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16강" 거리마다 열광의 물결이…▦1차전

6월4일 부산월드컵경기장. 한국과 폴란드전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소리에 경기장은 5만5,000 관중의 뜨거운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경기 시작 30분 전. 포르투갈이 미국에 2_1, 1점차로 이겼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았는지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한국선수들의 얼굴에도 긴장의 빛이 감돌았다.

황선홍 설기현 안정환이 3톱으로 나섰고 중앙수비수 유상철과 송종국, 심재원이 3백으로 기용됐다. 이을용-박지성-이영표-최태욱이 중앙에 포진한 3-4-3 시스템. 올리사데베와 카우주니를 투톱으로 내세운 폴란드는 전반 5분이 지나자 2선 침투에 의한 위협적인 공격을 폈다. 흑인 귀화선수 올리사데베의 슛이 GK 이운재의 품에 안기자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초반 2차례 패스미스로 위기를 맞았던 한국은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고 반격에 나섰다. 박지성의 전진패스로 측면을 돌파한 설기현이 그대로 슛,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자 붉은색으로 도배된 관중석이 일시에 들썩였다.

그러나 34분께 한국진영 코너킥서 문전혼전 중 중앙으로 흐른 공을 폴란드의 수비수 제프와코프가 그대로 슛, 그물을 갈랐다. 경기장은 순간 고요해졌다. 기세가 오른 폴란드의 계속된 공세에 한국은 또 위기를 맞았다. 전반 43분 문전을 돌파한 올리사데베가 유상철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자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 첫 경기 전반이 끝나기도 전 16강 진출의 꿈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키커는 올리사데베. 그러나 다행히도 공은 이운재의 손끝에 방향이 틀어지며 골대를 맞고 튕겨나갔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이천수를 투입, 반격에 나섰지만 15분 올리사데베에게 결국 추가골을 내줬다. 총공세를 펴던 한국은 경기종료 5분 전 박지성의 패스를 이어받은 안정환이 아크 중앙서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1점을 만회했다. 대기주심이 알린 인저리타임은 3분. 패색이 짙어갔지만 한국은 문전 오른쪽서 마지막 프리킥을 얻었다. 직접 슛을 노리던 유상철이 공을 왼쪽으로 살짝 뺐고 달려들던 이을용이 그대로 왼발 슛, 공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94년 월드컵 스페인전의 기적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2차전

10일 미국과의 운명의 일전을 앞둔 대구월드컵경기장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지난 1월 골드컵을 포함, 미국과 2차례 맞붙어 1승1무를 기록했던 한국으로선 자신감이 넘쳤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니 스튜어트와 조 맥스 무어, 클라우디오 레이나의 공격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국은 초반부터 강공을 펼쳤다. 선취득점은 미국의 몫. 전반 19분 어니 스튜어트가 헤딩슛으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최용수와 투톱을 이룬 한국의 황선홍이 전반 38분 이천수의 우측 센터링을 받아 헤딩슛,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에도 두 팀은 공방전을 펼쳤지만 좀처럼 추가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광판은 90분을 넘어섰다. 미국진영 왼쪽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이천수가 프리킥을 준비하려는 찰나 히딩크 감독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골문에 있던 김병지가 어느새 하프라인을 넘어 문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지난 해 1월 하프라인까지 달려 나와 감독 눈밖에 났던 그였지만 이젠 더 이상 히딩크 감독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천수의 센터링. 유상철이 먼 골대쪽으로 이동하자 미국 수비수 2명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공은 가까운 골문쪽으로 향했고 그곳에 김병지가 있었다. 헤딩한 공을 바라보던 김병지는 두 손을 치켜 들고 벤치로 달려갔다.

대구 관중의 환호 속에서 그는 히딩크 감독의 함성을 들었다. 김병지는 히딩크 감독과 얼싸안고 함께 잔디 위에 쓰러졌다. 월드컵 본선 47년만의 첫 승. 한국선수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탈락이 확정된 미국 선수들은 고개를 떨군 채 주저앉았다.

▦3차전

10일 폴란드를 2_1로 꺾고 조 선두(승점6)로 나선 포르투갈의 선수명단엔 루이스 피구가 빠져 있었다. 폴란드전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다친 것. G조 2위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 대비하기 위해 루이 코스타도 스타팅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르투갈이 폴란드를 꺾은 덕에 한국은 이날 패해도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폴란드가 이미 탈락이 확정된 미국에게 대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히딩크 감독의 긴장은 여전했다.

주전이 빠졌어도 포르투갈은 4강 후보답게 경기를 압도했다. 포르투갈은 몸 풀 듯 한국의 문전을 위협하며 전반 11분만에 선취골을 뽑았다. 핀투의 크로스 패스를 누누 고메스가 그대로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시킨 것. 한국은 거친 플레이로 맞섰다. 대전서는 폴란드가 미국에 3_1로 앞선 채 전반을 끝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0_1로 뒤진 후반 중반. 최악의 사태가 닥쳤다. 중앙수비를 송종국에게 맡기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선 유상철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 것. 그러나 후반 35분 최용수와 교체 투입된 홍명보가 있었다.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월드컵 4회 연속출전을 이룬 그의 머리는 복잡했다. 국내코치진의 요구로 간신히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앞선 2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것. 그러나 마지막 잔치는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후반 43분. 8년 전 미국월드컵 독일전 때의 슛 감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명예를 30㎙ 중거리슛 한방에 걸었다.

피버노바의 위력은 홍명보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1_1 동점. 그리고 경기종료. 1승2무로 D조 2위를 확정한 선수들은 관중석 주위를 돌며 16강 진출을 자축했다. 그 순간 미국에 4_1로 승리한 폴란드의 엥겔 감독은 한국의 무승부 소식에 머리를 떨구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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