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경제 위기로 민생이 파탄된 아르헨티나호가 조타수 마저 잃은 채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다. 20일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 정권의 붕괴에 이어 30일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 임시 대통령이 사퇴하기 까지의 과정은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경제적 요인 만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비롯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아르헨티나 정치권은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사 전대통령의 전격 사퇴는 차기 대권 구도를 둘러싼 집권 페론당의 ‘권력투쟁’과 직결돼 있다.
경제 위기에 따른 소요 사태로 물러난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 후임으로23일 취임한 사는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 유예) 선언과 일자리 100만개 창출, 제3의 통화인 아르헨티노 발행 등 경제 회생책을 내놓았지만 페론당의 지도자들은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했다.
“주요 정책을 사전 협의도 없이 발표했다”는게 이들의 표면적 이유지만 내년 3월 3일의 대통령 선거전까지 과도정부만 이끌겠다는 약속과 달리, 대중 영합적 정책으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재연된 폭력 사퇴와 29일 내각 총사퇴 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위해 30일 소집된 페론당 소속 주지사 긴급대책회의에서 표면화됐다. 대선 일정 및 은행 계좌 부분 동결 해제 문제 등을 논의키로 한 이날 회의에는14명의 주지사중 5명만이 참석, 사실상 무산됐다.
실제 페론당에는 산 후안주 주지사 출신의 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정치적 비중이높은 카를로스 루카아프(부에노스 아이레스주)를 비롯한 6명의 주지사와 에두아르도 두알데 상원의원 등 거물들이 대선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페론당출신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이 “사는 모라토리엄이 아닌 국제 금융기관들과의 ‘재협상’을 언급해야 했다”며 정면으로 비난,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페론당은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의 연정 제의를 거부함으로써 정권을 붕괴시켰지만,그 직후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이전투구에 들어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과정에서 페론당의 수권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현재 아르헨의 정치구도는 위기극복 체제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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