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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1)'引進來'에서 '走出去'-中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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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블록이 뜬다] (1)'引進來'에서 '走出去'-中의 구상

입력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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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깬 巨龍 "韓·日추월은 시간문제"“조우츄취(走出去) 입니다. 밖으로, 세계로 나가자는 전략이죠.“기자가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중국 정부의 한 인사는 “중국의 미래 성장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 기업인들도 비슷한 답변이었다.

중국 제2의 이동통신업체 중국연통(China Unicom)의 탄씽휘(譚星輝) 부총경리(부사장)는 “전세계로 경제무대를 넓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최대의 전자업체 하이얼그룹(海爾集團)이 다국적기업화를 선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생산기지를 세운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기자가 찾은 칭다오(靑島) 하이얼그룹 본사정문에는 거칠 것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묘사한 광고판에 ‘海爾是海(해이시해),Haier is the sea’, 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세계경영의 야심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중국 국가전략의 이러한 변화는 2000년 초부터 시작됐다.

그해 3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제9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 3차회의 석상에서 ‘조우츄취’를 중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공식 천명했다.

그는 “국제시장에서 중국의 주동적(主動的) 역할을 위해, 다국적경영에 나설 때가 왔다“고 역설했다.

‘장쩌민 선언’이후 중국 정부는 120개 대기업과 1,000여개 중소기업을 선정, 생산라인 해외이전을 위한 세부방침을 세우고, 해외투자와 관련한 심사기준을 대폭 간소화했다.

개발전략의 대전환 1978년 개방선언 이후 20여년동안 중국의 성장전략은 ‘인진라이(引進來)’ 였다.

시장을 내주는 대신외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전수받아 성장 기반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90년 중반이후 중국이 아시아로 들어오는 해외직접투자의 30%(홍콩 포함시 70%)를 빨아들일 만큼, 인진라이 전략은 적중했다.

해외자본 뿐만이 아니었다. 노키아, 루슨트 테크놀로지, 마이크로소프트, 에릭슨 등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 중국의 기술도약을 촉발시켰고 경쟁적으로 중국내 우수 인재를 유치했다.

홍콩계 자본이 세운 중국 제2의 인터넷서비스업체 중국기업망(中國企業罔)의 장이광 총경리(사장)는 “중국경제의 성장원천은 인진라이였고, 중국인들은 이를 지금 ‘가화헌불(假花獻佛ㆍ꽃을 빌려 부처에게 바친다)‘이라는 고사성어에 비유한다“고 말했다.

상하이(上海)의 ‘바오산강철(寶山鋼鐵)’ 같은 기업은 일본의 기술지원으로 용광로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고품질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까지 일본 메이커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힘을 키운 중국이 이제 ‘조우츄취’를 선언하고 나섰다.

‘메이드 인 차이나‘로 대표되던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전략’에서 ‘브랜드 차이나’ 전략으로 대전환한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장윈링(張蘊嶺) 아태연구소장은 “조우츄취는 중국내컬러TV 생산업체만 200여개에 달할 만큼 공급과잉이 심각, 해외 수출기지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중국 경제를 가까이서 관찰해온 박월라(朴月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조우츄취는 아시아경제의 맏형이 되겠다는 그랜드 플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아시아 투자 올해 중국의 말레이시아에 대한 투자는 작년보다 95배가 급증,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태국에서도 작년 한해 70배 늘어났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만 47개다.

90년대 동남아 화교 자본의 북진(北進)에 이어, 중국 자본의 남진(南進)으로 ‘위안블럭‘ 형성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KIEP는 “향후 5~10년 중국의 해외투자는 매년 100억달러로, 지금보다 5배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오히려 중국자본을 유치할 때”라고 제기한 바 있다.

홍콩 화교네트워크의 본산인 홍콩총상회(香港總商會) 에바 쵸 국제상무부장은 “하이얼그룹 등 중국의 몇몇 대기업은 2,3년내 국제적인 투자자, 다국적 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중국경제가 한국, 일본을 따라잡는 것도 몇년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ㆍ칭다오ㆍ홍콩=유병률기자 bryu@hk.co.kr

■'위안블록' 야심찬 플랜

지난해 11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자유무역지대(아세안+1) 창설에 합의했다.

비록 화폐와 정책까지 하나로 수렴된 유로랜드(Euroland)에 비하면 ‘저밀도 통합’이지만, 중국대륙에서 동남아로 이어지는 17억 인구의 ‘황색 경제벨트’는 향후 10년에 걸쳐 상품ㆍ자본ㆍ서비스 이동의 장벽이 사실상 사라지는 거대 단일시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중국이 꿈꾸는 ‘위안블록’ 구상은 이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 그 실마리가 엿보인다.중국 기업이 마음놓고 해외로 진출하고, 중국상품이 제약없이 해외시장을 누비도록 경제국경을 철폐함으로써 궁극적으론 이 지역 ‘경제 맹주’가 되겠다는 중국정부의 야심찬 시나리오인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 등 세계적 권역화 추세에 맞춰 동아시아도 단일 경제권을 지향해야한다는 논의에 대해 종래 중국의 입장은 ‘원론적찬성’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자신감은 중국의 동아시아 경제전략을 보다 선제ㆍ공격적 양상으로 바꿔가고 있다.

아세안+1 자유무역지대 창설도 1년전 주룽지 (朱鎔基) 중국총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중국은 현재 아세안+1과는 별도로 ▲광둥(廣東)성-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남중국자유무역지대’나 ▲중국 본토와 홍콩-타이완-마카오를 포괄하는 ‘대중화자유무역구’ 설치도 추진중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화민족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10년후를 목표로 한 아세안 자유무역지대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밀도높은 형태로 진행될 것이며, 특히 ‘남중국 자유무역지대’는 1년안에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중국 및 아세안+1 자유무역지대가 동아시아 경제블록을 향한 1,2단계 구상이라면, 최종형태는 한국 일본을 포함하는 ‘아세안+3’의 FTA 체결이다.

이는 지난해 브루나이 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제안됐을 만큼, 이미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섰다.

동아시아에서 아직은 ‘절반이상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세계적 블록화 추세와 중국의 대약진, 일본경제의 퇴조세를 감안하면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의 출현조건은 갈수록 무르익는 상황이다.

FTA가 누구에게 이익을 안겨줄지는 단언키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FTA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유샤오송(劉曉松) 위원장은 “동아시아 블록화는 물론 장차 남ㆍ서아시아를 포함하는 협력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FTA가 ‘위안 블록’을 가능케 할 유효한 제도적 수단으로 보고 있음이 확실하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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