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선자 가백현(賈伯鉉ㆍ40)씨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글을 쓴다.그의 규칙적인 글쓰기는 이제 5년째. 고교를 마치기 전까지 소설 한 편 읽어보지 않았다는 그가 신춘문예에 두번째로 도전해 당당히 ‘소설가’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산으로 들로 다니기 일쑤였다.
졸업하고 2년쯤 전국을 떠돌아 다니다 군대에 입대했다.
그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갇히자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졌다고 말한다. 친구들은 그를 두고 “군대에 가지 않았으면 폐인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서른 한 살 때, 아내에게 선물로 문화센터 재즈피아노 강좌 수강증을 끊어주려다 소설창작반 강좌를 잘못 끊었다.
그것이 그에게 문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문화센터 강좌에서 언뜻 들었던 철학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긴 그는 서울 중구 묵정동 대학문화원 ‘열린사회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플라톤과 칸트, 루소와 헤겔 같은 철학자를 만났다. 철학을 배우면서 자신이 발딛고 사는 사회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철학 수업은 그의 창작의 거름이 됐다.
“문제가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사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모순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 것”이라고 가씨는 말한다.
다시 그는 중견 작가들이 강의하는 ‘한국소설대학’에서 창작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소설을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마르케스의‘백년 동안의 고독’ 같은 소설을 읽고 또 읽었다.
‘소설작법’ 같은 책도 몇 권씩 사다가 읽고, 습작했다.
당선작 ‘돼지’는 그가 지난 해 설날 고향에 내려갔다가 돼지 잡는 광경을 보고 구상한 작품이다.
농촌의 아픈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그의 소설은 요즘 세상에 어쩌면 뒤떨어졌거나 낡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가씨는 그러나 “농촌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형상화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소설의 소재를 농촌이라는 배경에 가두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써낼 자신이 있다”고 가씨는 말했다.
그는 고졸 학력이 전부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만큼 뒤늦게라도 대학에 도전하고 싶었을 텐데, 가씨는 단호하다.
“대학교육은 필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솔직히 학교에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많은 과목을 가르친다. 하고 싶은 것만 공부하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학교 교육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가씨는 문학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것이 옮겨진 글’이라고 간명하게 정의한다.
“이론이나 성향이나 재주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 소박한 문학관이다. 그러나 그의 우직함에서는 여느 작가 지망생보다 더 강렬한, 글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다.
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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