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새 아침이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기대에 젖는다.하지만 지나고 나면 우리가 가졌던 희망과 기대는 대부분 실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그래도 오늘 우리는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비록 실망과 좌절로 되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과 응전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안팎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중첩돼 있다. 새로운 비전의 리더십이 아니고는 타개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우선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미국경제가 지난해 9ㆍ11테러 재앙으로 허리가 꺾였다.
그 여파라고 하기는 무리겠지만 인접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는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정치적 무능력, 부정부패, 과도한 복지비용 탓에 한때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아르헨이 침몰한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치적 리더십의 붕괴는 곧 경제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냉엄한 교훈이 그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이웃 일본은 결국 엔화의 곤두박질로 중국의 위안화 등과 환율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또 유럽 12개국의 단일통화 유로체제의 출범은 세계경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WTO가입으로 날개를 단 거함(巨艦) 중국과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힘든 한판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한해도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될 이유이다.
그럼 나라안은 어떤가. 지난 새해 아침 우리는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자' 고 다짐했다.
까닭은 우리사회의 분열과 대립 양상이 '리더십의 위기'에서 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리더십은 더욱 만신창이가 됐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령(本領)을 외면한 채 아집과 독선으로 시종한 우리정치의 업보다.
아집과 독선은 분열과 대립을 낳았고, 이 같은 갈등구조는 상생과 조화를 불가능하게 했다.
여전히 지역주의에 바탕을 둔 공정치 못한 인사, 인기몰이식 정책추진은 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했다.
숱한 '게이트'로 대표되는 부패상은 권력의 심장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임 중 뇌물을 챙긴 혐의로 감옥에 갔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를 겨냥했던 과욕의 전방위 개혁이 실패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는 오늘 다시 새로운 국가적 좌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것은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일이다. 잘못된 과거를 들추는 일이기 보다는 새로운 미래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개인 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거시적 안목의 접근이어야 한다. 그 것은 또 위기를 극복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적인 리더십의 창출이어야 한다.
올해는 정권의 향방을 가름하는 대통령선거의 해다. 동시에 지방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주권행사가 흑색선전이나 지역감정 등에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양대 선거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국민적 역량을 총결집하는 화합의 한마당이 되도록 정부나 국민모두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과연 누가 국민적 리더십을 갖추었는가를 따지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결코 반사이익으로 형성된 리더십이나, 상대방의 실수에 편승하는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험난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영의 원대한 비전을 가진 창조적인 리더십이라야 한다.
아울러 민족통일에 관한 확고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리더십을 찾는 것이 긴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집권 마지막 해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연초에 단행될 개각은 그래서 중요하다. 훌륭한 마무리를 위해 추진력 있고 중립적 개혁 인사의 등용은 불가피하다.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이 다시 한번 우리의 도약대가 돼야 한다. 올 한해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라는 사실을 깨닫자.그리고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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