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권력자에서 영어(囹圄)의 신세까지. 2001년에도 정치인의 부침은 심했다.선거 정국과 임기 말 현상으로 각종 게이트가 정ㆍ관계를 막론하고 얼룩을 남겼다.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동생이 이용호(李容湖)씨의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된 일과 각종 게이트 수사에 대한 축소ㆍ은폐 의혹으로 야당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제기돼, 국회에서 표결까지 치르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은 할복 운운하며 진승현(陳承鉉)씨의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국 사임, 검찰에 구속됐다. 진승현 게이트에는 국정원의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 등이 간여한 것으로 드러나 정보기관의 인물이 전에 없이 부각되기도 했다.
부침이 심했던 인물로는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문화관광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3ㆍ26 개각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복귀, ‘왕수석’의 권력을 과시했으나 10ㆍ25 재보선 완패 후 당내쇄신 요구로 야인으로 돌아갔다.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장관은 “태산 같은 성은” 등을 적은 ‘충성메모’ 파문으로 임명 43시간 만에 물러났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한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은 야당의 맹공에도 굽히지 않았으나 건교부 장관이 된 후 부동산 파문으로 24일 만에 사표를 내야 했다.
‘햇볕 전도사’ 임동원(林東源) 전통일부장관은 9월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돼 낙마했고 이를 계기로 DJP 공조가 와해, 여권의 정국운영이 어려워졌다.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은 퇴임 후 전북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뜻밖에 불거진 ‘수지 김 사건’ 내사 중단 지시 혐의로구속됐다.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 신분으로 인해 시달렸다. 이용호ㆍ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 등으로 고전중이다.
지는 이가 있으면 떠오른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민주당 내 쇄신 요구를 주도한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은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기도 전 여론조사가 급상승,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도 당내에서 가장 먼저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의 주가를 한껏 끌어 올렸다.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총재 없는 당 대표를 맡아 차기 당권을 노리는 위치로 급부상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10ㆍ25 서울 동대문을 재선거에서 승리, 2년6개월 만에 원내에 복귀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이후 최연소 야당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화려한 세밑을 보냈다.
건강보험 재정 통합 문제와 관련, 당론 거부 투쟁을 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세밑 가장 바쁜 뉴스메이커가 됐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홈페이지를 찾아와 뜨거운 격려의 글을 남겼다. 그러나 김 의원에게는 “오로지 자신의 이미지만 생각한다”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도 했다.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등 사사건건 당론에 딴죽을 걸었던 같은 당 김원웅(金元雄) 의원도 비슷한 케이스.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지난 9월 DJP 공조가 깨질 때 자민련에 복귀하지 않고, DJ 정부에 남았다. 이 과정에서 석연찮은 태도로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어쨌든 총리직을 유지,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게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왔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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