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체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아픔은 언제나 공존한다. 각본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올해도 어김없이 명과 암의 주인공을 동시에 탄생시켰다. 선수와 체육계 인사를 통틀어 올 해를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며 스포트라이트의 한 가운데에 섰던‘베스트 5’와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를 보냈던 ‘워스트 5’를 정리해 봤다. ≫/편집자주■베스트5
▼이봉주(31ㆍ삼성전자ㆍ마라톤)
=1947년 서윤복, 50년 함기용이 이뤘던 보스턴마라톤 제패의 쾌거를 51년 만인 올해 다시 재현,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 황영조 이후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로 주목 받다 4월17일 열린 제105회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9분43초로 우승, 영광의 월계관을 조국에 바쳤다.
보스턴대회 이후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중도탈락하고 밀라노 마라톤에서 4위에 그치는 등 다소 부진을면치 못하고 있지만, 내년 4월 보스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박세리(25ㆍ삼성전자ㆍ골프)
=“지난 해 후반부터 우승에 대한 집착을 벗어 던졌다.” 마음을 비운 까닭일까. 올 시즌개막전 유어라이프 비타민스LPGA 클래식에서 14개월만에 우승컵을 만지더니 롱스드럭스챌린지,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에서 거푸 정상에 올랐다.
한여름에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 최연소 그랜드슬램에 1개 대회만을 남겨놓게 됐다. AFLAC챔피언십 우승을 보태 생애 최다인 시즌 5승을 거뒀으며‘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각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외신들도 이제 박세리를 서슴없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캐리 웹(호주)과 함께 트로이카로꼽는다.
▼박용성(61ㆍ국제유도연맹 회장)
=지난 1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국제경기연맹(IF) 회장 자격으로 IOC위원에 내정됐다.
대한유도회장을 거쳐 95년 일본 지바총회에서 유도 종주국 일본의 가노 유키마스 일본유도연맹 회장을 물리치고 국제유도연맹 회장에 오른 뒤 컬러유도복 도입, 세계선수권의 TV 중계권료를 통한 재정확충 등의 공로로 지난해 재선됐다. 2002년 2월4~6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총회에서IOC위원으로 피선될 예정인데 한국인으로는 8번째 IOC 위원이 된다.
▼김병현(22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ㆍ프로야구)
=“너무 기뻐서 말이 안 나와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뉴욕 양키스를 7차전에서 극적으로 침몰시키며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순간 밝힌 첫 소감이었다.
월드시리즈 4, 5차전서 잇따라 홈런 3발을 허용해 승부가 7차전까지 이어졌다는 죄책감이 팀 승리로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동료 마이크 모건은 “누구든 김병현을 비난한다면 내가 나서서 막겠다”고 말하는등 미국인들은 그를 나무라기보다는 감싸 안으려고 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내내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5승6패19세이브를 기록했으며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송종국(22ㆍ부산 아이콘스ㆍ프로축구)
=혜성처럼 등장한 축구 대표팀의 새별.히딩크 사단에서 지난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에 처음 기용돼 돌파력과 센터링, 수비력을 과시했고 골까지 넣어 단숨에 주전으로 뛰어 올랐다.
허정무사단의 올림픽팀에서 교체멤버였던 그로서는 경이로운 발전인 셈. 특히 프로축구에서 평생 한번 뿐인 신인왕까지 차지, 겹경사를 맞았다. 175㎝ 71㎏. 오른쪽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 온그는 최근에 중앙수비수로 변신, 홍명보를 대체할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히딩크 감독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받은 유망주이다.
■워스트 5
▼김응용(60ㆍ삼성 라이온즈감독ㆍ프로야구)
=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은 떼논 당상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절친한 후배인 김인식 두산 감독에게 덜미를 잡히는 수모를 당했다.
1982년말 해태의 감독으로 부임한 후 2000시즌까지 무려 9번이나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고,또 전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무패신화를 낳았다. 올해 삼성으로 옮긴 뒤 최강의 전력을 갖춘 팀을 당당히 정규시즌 1위로 이끌어 통산 10번째 우승을목전에 뒀다. 하지만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김인식 감독의 두산에 2승4패로 무너져 무패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패장도 인터뷰를 해야 하느냐”며 공식 인터뷰마저 거부, 명장답지 못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김운용(70ㆍ대한체육회장)
=IOC 대권을 노리며 야심차게 올해를 시작했으나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7월16일 모스크바 IOC총회에서 자크 로게(벨기에)에게 큰 표차로 뒤지며 차점자에 그치면서 위상이흔들리기 시작했다. 모스크바 총회에서 낙선하면서 IOC 집행위원을 내놓았고, 국제 스포츠계의 영향력도 축소됐다.
더욱이 국기인 태권도를 올림픽정식종목으로 채택시키는 등 30여년이상 태권도를 반석위에 올려놓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올해 태권도 내분에도 휩싸여 대한태권도협회장과 국기원장자리에서 물러났다.
▼황영조(32ㆍ국민체육진흥공단감독ㆍ마라톤)
=자신이 감독직을 맡고 있던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 마라톤 선수들의 집단이탈 파문에 휘말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소설 제목처럼 영웅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이의수 등 4명이 9월22일 황영조 감독의 사생활과 선수들에 대한 부당대우 등을 이유로 팀을 무단 이탈하면서 비롯된 것. 사태는 10월29일 대한육상연맹이 황 감독의 육상연맹 강화위원직을박탈하는 등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이밖에도 지난 1일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 처분을 받는 등 올해 내내 추락이 계속됐다.
▼김영현(25ㆍLGㆍ씨름)
=올해 말 갑작스러운 추락의 쓴 맛을 경험했다. 사실 올해 내내 씨름판에선 그의 독주가 계속됐다. 4월 보령대회, 6월 광양대회, 9월 천안대회서 백두장사를 차지했고, 5월 거제대회와 9월 천안대회서는지역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백두장사와 지역장사에 함께 오른 9월 천안대회 천안장사 결정전서 라이벌 이태현(현대)과 맞서다 비신사적인행위로 2개 대회 출장정지 처분을 받아 스스로 자신의 독주에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했다. 이후 시즌 천하장사 대회서 설욕을 다짐했으나 황규연(신창)의기술씨름에 눌려 천하장사까지 놓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고종수(23ㆍ수원 삼성ㆍ프로축구)
=올 초까지만해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황태자’로불렸다. 그러나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등 하반기 들어 뚜렷한 하향세를 나타냈다.
설상가상으로 8월 프로축구 정규리그 경기도중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하더니 재활기간 중 음주폭행사건에 연루되는 등 잇단 악재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현재 독일에서 재활치료 중이지만 내년 월드컵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국내 최고의 프리킥 능력을 지녀‘왼발의 마술사’로 통하던 그에겐 그야말로 ‘용두사미’의한 해였다
정리=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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