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은 누구든지 오라고 했다.현대의 신학은 그러나 백인과 남성과 강대국의 편에 선다. 이렇게 생각한 정현경(45) 교수는 가부장적인 교회를 위한 신학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는 세상과 지구를 위한 신학자가 되겠다고, 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신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정 교수는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신학대학에서 초교파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1996년 그는 유니언신학대 165년 역사상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종신교수로 임명됐다. 정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열림원 발행)와 ‘미래에서 온 편지’(열림원 발행)는 ‘여성신’을 향한 긴 편지다.
‘결국은…’은 자신의 삶을, ‘미래에서…’는 조카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담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나는 상처와 분노를 기쁨과 치유로 바꾸는 여성의 힘을 믿는다.”
한국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정 교수는 보수적인 학계와 교단 때문에 상처받았다.
‘다름’이 인정되는 도시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이국 땅에서 정교수는 ‘누구든지 오라고 했던’ 신의 처음 얼굴을 만난다.
머리를 깎고 수도승이 되어 히말라야로 떠난 그는 비로소 영혼의 안식을 찾는다. 히말라야에서 조카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차분하게 성찰한다.
정 교수는 가려졌던 신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로 한다. 언젠가 남성과 여성이 온전하게 하나가 된 신의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 교수는 21세기에 세상을 구원할 ‘지구특공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픈 지구를 살려내는 전사의 역할은 여성이 담당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 교수는 여성 전사들을 가리켜 ‘살림이스트(salimist)’라고 부른다.
우리 어머니들이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살림하시던’ 마음으로, 이제 다시 ‘살려내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외친다. 호주제 폐지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그는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이름을 바꿨다.본래 이름인 '정현경'대신,평등한 방법으로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을 다 빼고 '현경'으로.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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