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_팔레스타인 유혈분쟁,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베들레헴 성탄 자정미사 참석 무산, 9ㆍ11 테러,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등으로 얼룩진 지구촌은 올해 어느 해 보다 우울한 성탄절을 보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4일 자정 교황청에서 열린 성탄미사에서 “세계 곳곳의 전쟁, 사회적 긴장, 고난으로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며 테러로 점철된 현실을 개탄했다. 교황청은 이에 앞서 아라파트 수반의 베들레헴 미사 참석을 끝내 불허한 이스라엘 당국의 조치를 “독단적” 이라고 비난한 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교황청 국무장관이 외교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 날 자정미사가 열린 성 베드로 바실리카 성당 앞 광장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수천명의 관광객과 신도들이 자리를 메웠으나, 테러를 우려한 경찰이 참석자들의 가방과 지갑을 일일이 조사하는 등 분위기는 삼엄했다.
일부 기념품 상점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베들레헴 미사참석을 거부당한 아라파트 수반은 성탄미사 수시간 전 TV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탱크로 연례행사를 나누지 못한심정을 슬픔으로 토로한다”며 “미사참석을 박탈하는 죄가 평화를 추구하는 팔레스타인의 결의를 꺾지 못할 것” 이라고 말했다. 아라파트의 미사참석 불허 소식이 알려지자 베들레헴도 항의와 탄식, 분노로 뒤섞였다.
베들레헴 메인저 광장은 북과 백파이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팔레스타인 깃발과 아라파트 포스터를 들고 행진했다.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에는“(이스라엘총리) 샤론이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죽였다” 는 깃발이 나부꼈다. 상점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탓인지 대부분 문을닫았다.
한나 나세르 베들레헴 시장은 “이스라엘의 조치는 어리석고 무책임한 행위” 라며 “나도 성탄미사를 보이콧 하겠다” 고 밝혔다.
테러참사의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현장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시민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으며, 주요 교회들은 특별예배를 올렸다. 한시민은 “마치 전쟁중에 크리스마스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전세계에 주둔해 있는 미군 중 9명의 병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대한 희생정신” 을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프간 카불 시내에는 탈레반 정권때 엄격히 금지됐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퇴치운동 단체는 에이즈 환자, 혹은 보균자가 470만 명에 달한다며 이번 성탄절을 ‘블랙 크리스마스’ 라고 명명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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