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이 확정됐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것이 핵심이다.이를 위해 내년예산의 65%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하고, 총 55만 가구의 주택을 지어 주택 보급률을 100%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내년 성장률 목표는 4% 이상으로 잡고, 소비자물가는 3% 내외, 실업률은 3.5% 수준에서 각각 안정시키기로 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의 절반 정도인 40억~5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경제운용계획에서 예년과는 달리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정도(正道)와 원칙' 을 유난히 강조한 점이다.
그만큼 정도와 원칙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방증이다.
내년도 올해 못지않게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 투성이다. 세계 경제에 짙게 드리운 안개는 언제 걷힐지 알 수가 없다.
우선 우리 경제에 절대적인 미국 경기의 조기 회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미국경제가 내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올해 크게 부진했던 우리의 수출과 설비투자 등이 하반기에는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과학적' 판단을 한 것인지, '희망 사항'을 나열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일본 엔화 등 환율의 움직임도 걱정스럽다. 최근 무역협회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우리 수출의 가장 큰 변수는 엔화 약세이고, 가장 큰 경쟁국은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엔화약세가 어느 정도,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예측이 어렵다. 우리에게는 이중, 삼중의 타격이 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사태도 분명한 악재다.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미 정부의 경제정책이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제가 정치 논리에 휘말리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다.
정부는 내년 경제를 운용하는데 있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마무리하겠다는 식의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90년대 초반 대규모 주택 건설이 가져왔던 부작용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던 농촌의 현재 모습 등을 잘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움츠러들어서도 안 된다. 이는 혼란만을 가중시킬뿐 이다. 정부가 강조한 '정도와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느냐가 경제 회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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