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경제수역을 침범한 정체불명 선박을 격침한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심상치 않은 사태다.당장 일본 측은 북한 공작선으로 의심하고 있어 북-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대 테러 전쟁과 관련해 지난 행적이 논란되는 북한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괴선박의 정체다.
일본이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여럿 있다. 지난99년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과 닮았고, 인양된 승무원의 구명조끼에 한글 표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공작선과 달리 고속 항해 능력과 중화기등이 없어 단정하기는 이르다.
사태 발생 해역은 지난해 일본과 중국이 여러 차례 중국 간첩선 침투 논란을 벌인 곳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고속 순시선과 탐지 장비를 증강 배치했었다. 괴선박이 시속 15노트 저속으로 중국 쪽으로 달아나다가 큰 저항없이 격침된 점으로 미뤄 중국 밀항선이나 밀수선일 수도 있다.
성급한 대응조치로 인한 주변 정세 긴장은 누구보다 우리가 경계할 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 측이 함정 20척을 동원, 중국 수역내까지 추적해 괴선박을 선제 공격한 사실이다.
정당한 긴급 추적권과 교전권 행사인지 논란도 예상되지만, 99년 이후 여러 제약을 벗어 던진 일본이 전후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은 대 테러 전쟁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대 테러 전쟁 주도국인 영국도 지난 주말 영국행 인도 화물선에 '테러 물질'이 실렸다며 공해상에서 추적, 검색하는 소동을 벌였다.
근거 모를 테러 첩보가 있었다지만, 이틀간 수색에서 나온 것은 없다. 전 세계적으로 테러 조직과 연루된 선박 20여 척을 감시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지만 정작 뉴스 소스는 모호하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테러 경계심이 고조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대 테러 전쟁 명분을 강화하고, 각국의 안보 행동 반경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작용할 수도 있다.
냉철한 상황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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