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선으로 보이는 괴선박이 22일 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추격을 받고 달아나다 동중국해에서 침몰했다.침몰 직후 괴선박에 타고 있던 승무원 15명은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3명은 익사체로 인양됐고 나머지 승무원들은 현재까지 행방 불명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괴선박은이날 아침 6시20분께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庵美大島) 북서쪽 약 150km 해상의 일본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해상보안청순시선에 포착됐다.
이 괴선박은 일본 순시선의 정선 명령과 위협 사격에 불응, 중국측 EEZ로 달아나다 기관포 사격을 하며 추격한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포위됐으나 자동소총을 쏘며 대항했다.
괴선박 승무원들의 자동소총 사격으로 일본 해상보안관 2명이 부상했다. 해상보안청은 괴선박이 침몰한 해역 주변에 순시선 12척과 헬기 등 항공기 18대를 투입, 행방불명된 승무원들을 수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괴선박에 대한 순시선의기관포 사격이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며 승무원들이 증거 인멸을 위해 괴선박을 자체적으로 침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또 약 100톤 규모의 괴선박 모습이 1999년 노토(能登)반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공작선과 매우 유사한 점 등을 들어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해상보안청은 인양된 승무원 사체의 구명조끼에는 한글이 씌어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해상 검문을 위해 선체 사격을 가한 것은 1954년 구 소련의 선박에 대한 사격 이래 48년 만에 처음이다.
또한 11월 자위대법과 해상보안청법을 개정, 승선조사를 위한 선체 사격을 허용한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는 23일 “괴선박에 대한 대응은 정당방위였다”면서 “괴선박의 국적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괴선박이 북한 공작선으로 밝혀질 경우 앞으로 수교 교섭이 어려워지는 등 북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괴선박이 침몰한 해역이 수심 100㎙의 대륙붕이라면서 사건 조사를 위해 침몰한 괴선박을 인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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