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증시가 거래일 기준으로 4일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28일이면 역사의뒤안길로 사라질 2001년 증시는 적지 않은 화제와 사건ㆍ사고를 남겼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2001년 증시는 어떤 모습으로 정리될까. 전국민의데이트레이딩 종목이 돼버린 하이닉스반도체로 울고 웃은 개미들에게도 2001년 증시는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2001년은 가치주 혁명의 해
2001년 증시의 핵심 키워드로 많은 전문가들은 가치주의 약진을 손꼽는데 주저하지않았다. 특히 태평양, 신세계, 현대자동차, 농심,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삼강 등 소위 내수 우량 가치주는 올해들어 2~5배의 주가 상승률을기록하며 2001년을 ‘가치주의 해’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자본시장 개방이 이뤄진 1992년이 ‘저(低)PER(주가수익비율ㆍ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주 혁명의 해’였다면 올해는 ‘가치주혁명의 해’로 요약할 수 있다”며 “특히 92년 저PER주 혁명이 성장성과 무관하게 이뤄진반면 올해 가치주 혁명에는 성장성이 뒷받침된 가운데 시장을 주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도 가치주의 재평가를 ‘1번’으로 들었다. 박팀장은 “가치주의등극과 기술주의 몰락은 동전의 양면처럼 올해 증시를 대변하는 핵심 주제어”라며 “특히 가치주의 재평가는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가치와 실적에 대한 관심을 유도, 시장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고말했다.
■외국인의 손에 춤춘2001년
가치주와 함께 우열을 가리기 힘든 2001년 한국 증시의 키워드는 외국인이었다.사실 올해 증시는 외국인을 빼 놓고는 거의 설명할 수도 없다. 1월, 4월, 10~12월 랠리가 모두 외국인의 순매수로 가능했다. 반면 외국인이순매도로 돌아섰을 때는 어김없이 시장이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인의 손에 증시가 널뛰기를 한 것이다.
현재 거래소 시장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비중은 37%(약 95조원)에 달할 정도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알짜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도 50~60%를 넘어서고 있어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S&P의 국가신용 등급 상향조정 직전은 물론 직후에도 대규모 순매수를 계속, 한국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낳았다.
■보물선 파동, 해태제과 상장폐지의그림자
그러나 2001년 증시에는 그림자도 적지 않았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윤태식등 4대 게이트는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보물선 파동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 러일전쟁 당시 금괴를 싣고 가다 침몰한 돈스코이호의 선체 발견 재료로동아건설은 315원이었던 주가가 3,265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보물선의 실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동아선설은 지난 6월7일 상장폐지됐다. 뒤이어삼애인더스도 보물선 테마로 2,000원도 안되던 주가를 1만7,600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호회장이 구속되며 주가는 바닥도 없이추락, 개미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스타 종목도 많이 나왔지만 한 때 한국을 대표했던 기업들이 영원히 사라지기도했다. 소액주주들의 한이 담긴 대우중공업, 해태제과, 피어리스 등은 끝내 상장폐지의 길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2002년에는 어느해보다도 증시의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그러나중장기적으로 보면 올해는 적어도 바닥을 확인한 의미있는 해였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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