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히토 일본 천황이 2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연'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매끄럽지 못한 현재의 한일 관계에 비춰 양국우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천황은 이날 '간무(737~806년·재위25년)천황의 생모는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역사 기록을 들어 '개인적 연설'을 언급했다.이 같은 언급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힌 것은 아니다.일본 학계는 부계로 계승된 천황이 한반도 출신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천황가가 한반도에서 왔다는 직접적인 기술은 피하고 있지만 방증으로 보아 한반도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일반인들도 '천황가는 한반도 출신'이라고 알고 있다.가야계,백제계로 추정하는 것은 물론,고대의 천황 선정을 두고 한반도계 호족들이 벌인 권력 투쟁을 들어 신라계 천황까지 거론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진보학계 뿐만 아니라 보수학계도 예외가 아니며 역사 교과서 파문을 일으킨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참여한 우파 지식인 조차도 공개적으로 '천황가는 가야 왕족의 후예'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날 언급된 간무 천황에 대해서는 일본의 초·중·고용 역사 사전에도 거의 빠짐없이 '어머니가 도래인이어서 황태자가 되지 못했으나 호족 후지와라노 모모카와의 추천으로 황태자가 됐다'고 적고 있다.
이처럼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천황 자신이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그의 발언은 과거 한일 양국의 교류 관계 등을 설명한 후 2002년 월드컵을 앞둔 한일 양국 국민간의 이해와 신뢰 확대에 기대를 건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이로 미루어 한일 양국의 정치·사회적 상황 때문에 월드컵 개막식 참석이 어렵게 된 점을 감안,한일 우호관계를 희망한다는 개인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여기서 그 이상의특별한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다만 천황은 황태자 시절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으며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황영식특파원
■日천황 발언 요지
일본과 한국인들 사이에 옛날부터 깊은 교류가 있었다는 것은 일본서기 등에 자세히 기록돼있다.한국에서 이주하거나 초빙됐던 사람들에 의해 여러 가지 문화나 기술이 전수돼 왔다.궁내청 악부의 악사 중에는 당시 이주자의 자손으로 대대로 악사가 돼 지금도 아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문화나 기술이 일본인의 열의와 한국인들의 우호적 태도로 일본에 전해진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일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나 자신과 관련해서는 간무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되어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
무령왕은 일본과의 관계가 깊고,이때부터 일본에 오경 박사가 대대로 초빙되어 왔다.또 무령왕의 아들,성명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과 이런 교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이것을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월드컵을 앞두고 양 국민의 교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좋은 방향을 향하기 위해서는 양 국민이 자신들의 국가가 걸어온 길을,각각의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도록 노력해야 하며 개개인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반응
김현규(고려대 사범대 일어교육학과)교수는 "간무왕의 자손이라는 사실은 이미 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며 "아카히토 천황의 발언은 월드컵을 앞두고 양국의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근우(부경대 사학과)교수도 "간무 천황의 외할아버지는 화(和)씨 성을 가진 백제인으로 일본 천황이 백제인의 후손인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 천황이 백제 기원설을 언급한 것은 월드컵에 앞서 한국인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정치·외교적인 제스처"라고 분석했다.일본여행센터의 서화진 대표는 "일본천황이 백제와의 인연을 언급한만큼 양국의 앙금을 녹일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고 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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