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가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그 동안 검찰은 지난해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과장과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 등을 구속했으며 김전 차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종래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 때마다 의혹을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켰던 전례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를올린 셈이다.
그러나 진짜 수사는 이제부터라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진승현게이트’의 핵심인 정치권 로비 의혹을 건드려야 하기 때문.
향후 수사의 관건은 검찰이 김 전 차장으로부터 소위 ‘진승현 리스트’를 받아내거나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시중에는 김 전 차장이 지난해 11월 진씨로부터 정치권 로비 내역이 담긴 리스트를 건네받은 뒤 이를 무기로 정치권 실세들에게 ‘협박성’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당시 김 전 차장은 “리스트에 대통령 아들까지 들어있으니 검찰 수사를 막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P,K,J,L 등 30명에 가까운 여야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는등 리스트의 실재(實在)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김 전 차장의 진씨 자금 수수사실을 입증,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리스트 확인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단 검찰의 태도는 강경한 편이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혐의가 드러날 경우 누구라도 수사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리스트를 입수할 경우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이번에는 상당한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잇따른 타격으로 ‘빈사상태’에 놓인 검찰이 또 다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경우 쇄도하는 비난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우선적인 이유.
또한 정치권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자칫 지난해 김 전 차장의 구명로비를 받았던검찰 고위층쪽으로 의혹의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의 부담이다.
그러나 언론의 ‘진승현 리스트’보도를놓고 야당 일각에서 ‘물타기 차원에서 검찰이 흘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터라 수사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도 “‘몇 개월이 걸리더라도 수사를 계속한다’는 검찰 입장에 불편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벌써부터 정치권의 ‘견제’가 들어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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